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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Remember)

기억할 일이 무엇이고 잊고 있는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 고재찬 전북개발공사 사장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추수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온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도로변의 은행나무도 어느새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면 나는 세월호 사고 시 노란 리본을 한아름 달고 무사 귀환을 기다리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노란 리본에 대한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4세기 때 사랑하는 사람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착용한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미국 남북전쟁 당시 3년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남자가, 자신을 잊지 않았다면 마을 어귀의 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달라는 편지를 애인에게 보냈는데, 그의 애인이 나무에 노란 리본을 잔뜩 달아놓아 환영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노란 은행잎이 가을을 노래할 때 나는 어느 시인의 ‘이 가을에는 이렇게 사랑하리라’를 읊어보고 싶다.

 

눈에 거치는…… / 마음에 밟히는 일체의 삶을 접고 / 일정을 정하지 않은 채로 / 불현 듯 일어서는 바람처럼 떠나리라 / 깊은 잠에서 깨어나듯 / 키 작은 꽃들은 아롱이며 모여 피고 / 갈대 소슬히 몸을 떠는 강변에서 오래된 솜이불처럼…….

 

모처럼의 추석 연휴를 맞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꿀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내심 가슴 졸이기도 하였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풍전의 고요’를 언급하여 불안해하는 마음이 더하였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한강이 뉴욕 타임즈에 게재한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 친다”의 글은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정작 마음에 두려움이 만연해 있는 우리의 마음을 잘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하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고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뇌졸중에 걸려 거동이 불편해 노인요양병원에 있는 유대인 맥스는 새로 입원한 제프 거트만도 자신과 같이 70년 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맥스는 치매 증상이 있는 거트만에게 자신들의 가족을 살해하는 일을 지휘했던 나치친위대원을 처단할 것을 제안한다. 거트만은 맥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의 나치를 찾아 원수를 갚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마침내 원수를 만나 단호하게 총을 겨누는데, 그에게는 가족을 잃은 것 보다 더 끔찍한 악몽이 기다리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아톰 에고이안 감독의 리멤버(Remember)라는 영화의 일부인데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이 복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출발했으나 자기 자신의 과거 독일군의 기억이 되살아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다.

 

우리 전북개발공사가 이 시점에서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전국 최고의 공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공기업으로서 최선을 다해 공익적인 의무와 도민을 위한 봉사를 해야 한다는 것과, 우리의 주인은 전북도이고 도민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2023년 세계 잼버리대회가 전북개발공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게이트웨이 부지 인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전북도와 함께 발 빠르게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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