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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인들 삶의 지남

민족과 국가 위한 사대부들 충정을 오늘날 본받아야

▲ 전일환 전 전주대 부총장

고려,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문관 관료는 문필을 중심으로 백성을 다스리고 국가를 관리하는 문관(文官)정치의 중심세력이었다. 이들을 사대부(士大夫)라 했는데, 이는 선비인 사(士)라는 학자층과 종5품 이상 정1품을 일컫는 대부(大夫)의 복합어다.

 

고려의 대문장가 이규보는 13차의 몽고의 침입으로 피폐된 민심과 황폐된 나라를 걱정하며 고려가 중국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의 후국임을 천명하고, 그 웅혼한 기상과 민족혼을 드높이고자 28왕 705년간의 장엄한 역사를 총 4,000자가 넘는 장편대서사시 <동명왕편> 에 남겼다. 그리고 동명왕 설화는 귀(鬼)가 아닌 신(神)이고, 환(幻)이 아니라 성(聖)이라며 고려가 천손(天孫)과 성인의 나라임을 밝혔다. 그러나 김부식의 <삼국사> 에 역사란 세상을 바로잡는 글이니 이상한 일을 후세에 남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구삼국사> 의 단군설화를 제외하는 우(愚)를 범했다고 하였다.

 

생육신인 김시습은 세조가 계유정란을 일으키자, 삭발중이 되어 세상을 떠돌다가 남원의 <만복사저포기> 등 가전체소설 <금오신화> 를 남겼다. 남아가 도(道)를 행할 수 있는데도 출사(出仕)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요, 도를 행할 수 없으면 홀로 몸이라도 지키는 게 옳다며 사대부의 출(出)과 처(處)의 길을 분명히 제시하였다.

 

현곡 조위한은 광해군 10년(1618)에 치사(致仕)하고 남원 주포로 귀향, 임란에 실제 참전했던 최척이 옥영이란 처자와 중, 일, 조선 3국을 방랑하며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한 다큐적 한문소설 <최척전> 을 남겼다. 또한 3차의 내, 외란으로 인한 민생의 참담한 울분과 한탄, 선조의 무능한 정정(政情)을 고발한 가사 <유민탄(流民歎)> 을 지어 나라 안이 광풍이 일자, 결국 광해군의 암행조사로 작품이 인멸되었다. 다만 홍만종의 <순오지> 에 송나라 정협의 <유민도(流民圖)> 와 표리(表裏)가 됨직하다는 단평만이 전한다.

 

연시조 10수의 <고산별곡> 을 남긴 임실 옥경헌 장복겸이 헌종 11년 흉년으로 인한 극심한 기근(飢饉)에 탐관오리들의 악랄한 고리환상(高利還上)제도를 고발하고, 무위도식하는 선비들을 각각 업유(業儒), 업무(業武), 업농(業農) 등 3분(分)하여 일하게 해야 한다는 <구폐소(救弊疏)> 를 올렸다. 후산 이도복은 마이산의 절경을 노래한 <이산구곡가( 山九曲歌)> 를 남긴 후 을사오적을 처단하라는 <청토오적소(請討五賊疏)> 를 올리고, 1907년 8월 진안 의병장 이석용과 전기홍을 중심으로 300여 동지들과 함께 의혈동맹단을 조직하여 조선 최초 의병봉기를 함으로써 지행(知行)일치의 본보기가 되었다.

 

익산의 가람 이병기는 조선의 전통적인 시조장르에 6종(種)의 혁신론을 주창하여 현대시조시로 전승시킨 위업을 남겼고, 1921년 12월 조선일보 장지영을 중심으로 15인의 ‘조선연구회’를 조직, 일제의 조선어말살정책에 저항을 하였다. 1942년 10월 종로경찰서에 장수의 한글학자 정인승이 연행되고 조선어학회원 등 33인이 체포되는 조선어학회사건 때도 이들은 문인다운 아름다운 자세를 잃지 않았다.

 

이렇듯 문인 사대부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함으로써 우리는 세계적인 반만년 민족의 존엄성과 나라의 국권을 지킬 수 있었다. 불문학자요, 비평가인 이헌구(1905- 1982)는 일찍이 <시인의 사명> 이란 글에서 ‘나라가 평화로울 때 시인은 문화의 비싼 장식이지만, 비운(悲運)시엔 민족의 예언자요, 민족혼을 일깨우는 선구자’라 설파했다. 이처럼 민족과 국가를 위한 사대부들의 헌신적인 충정을 본받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문인들 삶의 지남(指南)으로 삼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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