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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화 '백마'가 피었습니다

연중 생산 가능해진 국화 세계시장서 '러브콜' 눈앞…수출 농가 소득 향상 기대

▲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불과 20여 일 전인 지난 12월 중순, 일본 쿠슈 후쿠오카. 국산 국화인 ‘백마’ 1만 6000송이가 일본 땅을 밟았다. 중국 남쪽에 위치한 해남도에서 자란 ‘백마’는 배편을 이용해 대만을 거쳐 일본에 입성하기까지 장장 25일이나 걸린 항해를 무사히 마쳤다. 행여 꽃이 상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시장에서 개봉된 ‘백마’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눈부실 정도로 희디흰 꽃송이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연중 사계절 수출의 성공예감을 확인시켰다. 국산 국화 ‘백마’의 명성을 일본 시장에 다시 한 번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2004년에 개발된 ‘백마’는 국내 품종보호를 거쳐 2007년 9월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됐다. 꽃의 수명이 길고 꽃잎이 촘촘하고 풍성하게 피어나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국내 재배도 점차 늘어나 2010년에는 500만 송이까지 수출이 증가했다.

 

‘백마’의 진가를 한 눈에 알아본 전주 소재 ‘헤븐 FC’는 통상실시를 통해 육묘업을 시작하고 ‘백마’를 전국에 보급했다. 농촌진흥청과 함께 현장을 돌며 농가 수준에 맞는 재배기술을 지도했다. 그 결과 전북 지역의 16개 농업경영체로 구성된 ‘우리국화 수출영농조합법인’이 꾸려졌고 ‘백마’를 비롯한 국산 국화의 수출 확대에 전력을 다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헤븐 FC’가 ‘백마’의 생산과 보급을 주도하며 안방살림을 책임졌다면 일본 수출 길을 개척하고 ‘백마’라는 대한민국의 품종 브랜드를 확고히 정착시킨 주역은 전북의 수출업체인 ‘로즈피아’다. 이들은 우리 기술로 개발된 백색 국화가 ‘국화의 나라’인 일본의 마음을 차지하고 지금의 위치를 선점하기까지 정성을 다한 숨은 공신이다. 우리 품종의 우수성을 믿고 10여 년을 한 결 같이 뛰어온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하지만 ‘백마’가 생산되지 않는 겨울철에는 중국의 값싼 국화가 수입되고 난방비 부담으로 국내 생산이 급감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한계에 부딪혔다. 일찌감치 이런 문제를 파악한 농촌진흥청은 해외로 눈을 돌려 조건이 맞는 해외 생산지를 물색하던 중 중국의 따뜻한 해남도를 찾아냈다.

 

평소 일본 시장 확대에 아쉬움을 갖고 있던 로즈피아는 농촌진흥청과 함께 중국 현지 생산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현지 기술력과 환경 차이로 인해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하고 SNS를 이용한 실시간 기술지원으로 이번 겨울 생산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일본은 연간 20억 송이의 국화를 소비하면서 약 3억 송이를 수입하는 시장이다. 중국도 약 22억 송이를 생산하는 큰 시장이라 경쟁력만 갖춘다면 국산 품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은 매우 밝다. 최근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도 볼륨감 있는 순백색의 ‘백마’가 기존의 주력 품종이던 ‘신마’를 제치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일본과 중국에 품종보호등록을 마친 상태로 ‘백마’를 무단번식 시키거나 유통할 수 없게끔 사전장치도 마련했다.

 

이로써 일본 시장에 선보일 ‘백마’의 출하시기를 엄격히 제한해 국내 수출 농가를 보호하고 동시에 송이 당 15원의 로열티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일본과 중국 시장이 커지면 국내 생산농가와 육묘업체, 수출업체도 직간접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서정주 시인이 “내 누님 같은 꽃”이라고 부를 정도로 국화는 우리에게 친근한 꽃이다. 국화의 깊은 향도 좋지만 가을 즈음에 만나는 국화 꽃 무리는 계절을 추억하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더 이상 국화를 가을꽃이라고 우길 수 없게 됐다. 연중 생산이 가능해진 덕분에 사시사철 국화 꽃 보는 일이 어렵지 않게 됐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울어댄 소쩍새의 심정으로 정성껏 키워낸 ‘백마’가 일본, 중국을 넘어 전 세계시장의 러브콜을 받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 라승용 청장은 김제 출신으로 고려대 원예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공공기관 지방 이전 지원단장, 국립축산과학원장, 국립농업과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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