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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언어

어떤 말과 글 쓰느냐에 사람의 생각도 달라져 / 정갈한 언어생활 하길

언어와 사고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의사소통을 하고 사고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그러므로 언어가 신중하고 깊으면 사고도 깊다고 할 수 있다. 이글에서는 우리 선인들의 언어 표현에는 어떤 사고가 나타나 있는가를 살펴보고, 새해에는 어떤 언어로 바람직한 생활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리 선인들은 많은 역사를 거쳐 오는 동안 문학적 수사로 우리의 언어를 꽃피워왔다. 그 중에서 속담은 오랜 세월 동안 선인들의 삶의 모습과 애환을 통해 얻은 학습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속담은 생활의 체험으로 이루어진 관용적 표현이기 때문에 그 속에는 우리 선인들의 생활과 의식이 축적되어 있다. 속담사전을 보면 말에 관한 속담이 제일 많이 나온다. 그 이유는 우리는 하루도 말을 않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거나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이 있다. 속담은 어떤 개념이나 사실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풍자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이 속담에도 함축적 의미가 담겨있지만, 전자는 언어가 지닌 훈훈한 인간적 감동을, 후자는 언어가 지닌 인간적 난폭성을 풍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새해에는 ‘혀 아래 도끼’보다는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보은의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 선인들은 한해가 시작되는 날을 신일(愼日)이라 하여 말을 삼가고 몸가짐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였다. 나의 말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내 탓으로 욕을 먹으면 일 년 내내 순탄치 못한 일들이 생긴다하여 근신의 날로 삼았다. 말로 받은 상처는 치유하기가 힘들다는 것도 우리 선인들은 알고 있었다. 어른들은 덕담으로 새해의 빛을 열어주고 아랫사람들은 세배로 그 언어에 보답하였다. 그 분들은 언어에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보낸 덕담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믿고 있었다. 새해에는 이러한 힘이 있는 신일의 언어를 많이 쓰면 좋겠다.

 

우리 선인들은 말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정화수를 떠놓고 소원을 빌거나 축문을 읽으며 하늘에 소망을 기원했다. 먼 길 가는 사람에게나 시험을 치르러 가는 사람에게는 험한 말이나 맺힌 말을 삼갔다. 어린 아이에게도 금기시된 말을 하지 않았다. 입춘에는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입춘방을 붙여 놓는 것도 말에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의나 악의에서 나온 독 묻은 말은 화살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간다는 엄청난 언어의 신비함도 알고 있었기에 우리 선인들은 더욱 말을 아꼈고 다듬어 썼다. 새해에는 이처럼 언어의 신비한 힘을 믿는 소망스런 말을 쓰면 좋겠다.

 

요즈음은 막말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올라온 말들로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많다. 때로는 이로 인해 법의 심판을 받는 연예인이나 낙마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들은 말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힘과 독 묻은 부메랑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고 과정에서 ‘인식의 틀’ 또는 ‘세상을 보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어떠한 모양의 틀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물건이 달라지고, 어떤 색깔의 창을 통해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대상의 색깔이 달라지듯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사고도 달라진다. 새해에는 이와 같은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이해하여 정갈한 언어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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