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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가 그리 빠를 줄이야!

자신을 기만하는 사람일수록 고위직, 재벌, 권력 실세라면 그런 세상이 난세가 아닐까!

▲ 황인철 원불교 화산교당 주임교무

참으로 안타깝다. 콩 심은데 콩 난다는 속담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호리도 틀림이 없는 인과의 진리를 굳이 외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은 가족이나 측근이 월권을 일삼아 떳떳하지 못한 길을 걸었고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런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경은 참담하다. 헌법에 대통령 임기가 5년이어서 우리는 5년마다 대통령을 뽑는다. 권세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어찌 생각 못할까. 대통령이 되는 것을 개인의 영광으로만 여겨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중요한 책무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인가.

 

불과 50년밖에 안된 옛날이야기다. 생활관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할 화장실이 있던 시절, 밭에서 키우는 농작물을 사람이 먹고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 다시 밭으로 돌아갔다. 자연 순환이었다. 밭두렁에는 제법 큰 거름통을 만들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거름을 삭여서 농작물에 주면 무럭무럭 자랐다.

 

우리들은 밭에 나가 자갈을 주워내고 고랑을 만들어 정성껏 손질을 했다. 밭두렁 옆의 거름통에는 거름이 가득 채워졌다. 며칠 지나니 기어 다니는 뭇 생명들이 생겨났다. 그때 들쥐들이 거름통 위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마음대로 배를 채웠다.

 

그 모습을 그윽히 바라보시던 스승님은 “지금은 저 쥐가 벌레들을 마음대로 주워 먹으나 며칠 안에 저 쥐가 벌레들에게 먹히는바 되리라”고 예언하셨다. 우리들은 스승님의 말씀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여 ‘삼세인과가 어찌 그리 빠르리오.’ 하였다. 그런데 며칠 후에 과연 그 쥐가 거름통에 빠져 썩기 시작하자 뭇 벌레가 그 쥐를 빨아먹고 있었다.

 

스승님은 말씀하셨다. “내가 며칠 전에 한 말을 이상하다 생각했지? 나는 다만 그 기틀을 보고 말한 것뿐이야. 당시에는 거름통이 가득 채워져 있으니 쥐가 그 위를 횡행하며 벌레를 주워 먹었지만, 채소밭을 매고서는 응당 그 거름을 퍼서 쓸 것 아니냐. 그러면 그 통 속은 깊어져서 주의 없이 드나들던 저 쥐가 반드시 통 속에 빠져 죽을 것이고, 그러면 뭇 벌레의 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리 추측한 것이지.” 하시고 사람의 죄와 복에 대한 인과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배를 채우기 급급하여 인과를 읽지 못한다면 거름통에 빠진 쥐와 다름이 무엇이겠는가.

 

전거복 후거계(前車覆後車誡). 앞의 수레가 엎어지면 뒤의 수레에 경계가 된다고 하였다. 하, 은, 주의 삼대는 오래도록 번영하였는데, 그 이유는 지난 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나라는 몹시 빨리 멸망하였다. 어떻게 하여 멸망하였는지는 그 수레바퀴의 자국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그 바퀴 자국을 피하지 않는다면, 뒤에서 오는 수레는 필경 엎어질 것이다. 무릇, 나라의 존망과 다스림과 혼란의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서(漢書)에 나온다.

 

원불교화산교당 응접실에는 작지만 귀한 서각 작품이 벽에 걸려있다. 석전 황욱 선생의 글씨다. 단구무괴아심(但求無愧我心). ‘다만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구할 뿐이다’라는 내용이다.

 

포토라인에 서서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다고 장담 하였지만, 어느 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며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

 

행여 하늘과 땅을 속일지라도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을 기만하는 사람일수록 고위직이요, 재벌이요, 권력의 실세라면 그런 세상이 난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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