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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유토피아

타문화 이해하고 배려하며 다름 존중하는 스포츠정신 문화상대주의 맞닿아 있어

▲ 김승희 국립전주박물관장

2018년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93개국에서 출전한 젊은 선수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펼쳤고, 사람들은 한마음이 되어 자기 국가의 대표팀을 응원하였다. 이번 올림픽은 정전 상태에 있는 분단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평화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각인시킨 행사로도 기억될 것이다. 평화를 희망하는 많은 세계인들은 우여곡절 끝에 출전이 결정된 북한팀 선수단과 여자 하키 남북단일팀 결성을 기다려주고 대회 참가를 기꺼이 지지해주었다. 원래 올림픽은 신을 모시는 제전의식에서 발전한 것이지만, 그 발단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간의 지루한 전투를 멈추기 위한 명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남북한이 함께 한 이번 동계올림픽은 고대올림픽 정신을 잘 구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근대 올림픽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되었는데,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의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쿠베르탱은 산업혁명으로 부를 축적한 영국의 스포츠 교육에 감동을 받아 올림픽의 개최를 꿈꾸었다고 한다. 영국의 스포츠 교육은 부를 축적한 영국 사회의 퇴폐적인 문화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발전된 것이었다. 또한 근대국가의 성립 과정에서 스포츠는 충성스러운 국민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고, 그 연장선에 올림픽이 존재한다는 다소 냉소적인 견해도 있다. 특히 신체적 활동과는 무관한 사격이 올림픽 경기에 채택된 것은 20세기 초엽의 군국주의가 반영된 것이라는 일부 견해도 있다. 어쨌든 고대에 태동하여 근대에 꽃피운 올림픽은 전쟁과 퇴폐문화라는 역사의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면서 발전하여 오늘날 세계인의 축제로 승화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훈련을 통하여 극복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또 다른 자기의 실현이고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이다. 오늘날 대중화되고 있는 스포츠는 그러한 신체적 활동을 강화해 나가는 것뿐 아니라 레크리에이션의 기능, 시민으로서의 민주적인 절차와 의식을 체화하는 데에도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는 대부분 상대 선수와의 관계만으로 설정되어 있는 듯하지만, 수많은 관람자와 관련 단체, 자원봉사자들의 참여 속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제3자의 시선으로만 존재했던 관람자의 역할은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읽을 수 있다. 가령 팀추월 경기에서 뒤쳐진 선수를 배려하지 않고 질주한 두 선수에 대한 관람자의 비난은 규칙에는 어긋나지는 않았지만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는 경쟁과 승리만을 추구하는 것이 스포츠 정신이 아님을 관람자가 선수에게 일깨워 준 것이다.

또한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보여준 경기규칙에 대한 엄정한 판정은 작은 반칙도 용납하지 않는 여러 사례에서도 잘 보여주었다. 진정한 스포츠는 공정함과 배려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스포츠 정신은 타문화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 상대주의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스포츠에 내재된 공정함과 배려가 경기가 진행될 때에만 작동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경기장 밖에서 이루어지는 일상과 유리된 채 존재하는 이상적인 스포츠는 사회적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다가갈 수 없는 유토피아로서 존재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그 이상이 실현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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