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화된 문화환경에서 개방·창조적인 계승통해 진정성있는 전통 모색을
전통문화는 우리 선인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우리의 자존감이기도 하다. 자존감은 자기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고 존중하는 데서 세워진다. 그리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개인의 능력은 그가 속한 집단의 문화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견고한 지와 연관되어 있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단순한 견고함이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이 가능할 수 있는 열린 구조의 견고함에서 비롯된다. 개인이 갖는 자존감이 사회적 신념으로 발현되는 것이 문화적 자긍심이다. 그렇게 볼 때, 전통문화는 오랜 세월동안 이어져 내려와 현재의 우리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는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전통문화는 공동체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국가나 지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통문화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며, 사라진 문화유산을 복원하여 전통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면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전통이란 자연스럽게 계승되어 온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 정책의 흐름에 따라 그 시대만의 패러다임이 조정되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때 구호처럼 외쳐 우리 귀에 익숙한 ‘찬란한 민족문화’는 혹독한 식민통치를 경험하면서 얻은 전통에 대한 열패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전통에서 ‘충효와 호국’이 필요 이상 강조되었던 때도 노동집약적 산업구조 속에서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을 달성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와 같은 예는 전통문화가 당시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때론 과장되거나 어느 한 부분이 강조되며 제시되었던 모습이기도 하다. 이처럼 진정성이 결여된 전통에 대한 과도한 자긍심의 고취는 집단 구성원에게 공허한 구호로 인식되게 한다.
그간 활동하기 불편하다고 외면당해왔던 한복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다채로운 한복 물결이 관광지를 활보하는 현상은 그동안 무겁고도 거북하게 느껴졌던 전통문화가 새롭게 패러디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가부장적인 엄숙함으로 포장된 전통문화가 이제는 전통체험이라는 놀이의 방식으로 소비되는 것이다.
전통문화는 지금도 여전히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선택되거나 확대되면서 생존과 번영의 유효한 수단인 것처럼 포장, 재생산되기도 한다. 정치나 과도한 상업주의에 경도된 전통은 오히려 전통을 왜곡시키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전통문화는 더 늦기 전에 철저히 고증되고,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부터 다시 검토하여 재해석되어야 한다. 복원의 기준도 다시 세워야 한다. 가령, 수입 자재를 사용하여 실용성을 간과한 외형만 전통양식으로 꾸민 가구를 진정한 복원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규격화된 비빔밥은 과연 전통의 맛을 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즈음에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문화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국수적으로 전통문화를 추종할 경우, 또다시 억압의 기제로 작용하거나 타문화와의 소통을 막는 장벽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오늘날 다원화된 문화 환경 속에서 전통은 개방적이고 창조적인 계승을 통해 진정성 있는 새로운 전통의 탄생을 모색해야 한다. 전통문화는 숨 쉬는 공기처럼 편안하고, 무엇보다도 행복해야 한다. 전통문화는 우리의 삶과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미래의 무형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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