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면면 잘 살피고 공약 실현성 등 파악해 훌륭한 일꾼을 뽑아야
눈 덮인 산야를 걸을 적에는
절대로 어지러이 걸으면 안 되리라
오늘 걸어간 나의 발자취는
뒤에 오는 이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爲後人程
오늘날의 서울대학교에 해당하는 조선조 교육기관인 성균관의 유생(儒生) 몇 명이 지리산 구경을 왔다가 그중 한 명이 뜻한 바 있어 상경(上京)을 포기하고 제도교육과는 거리가 먼 구도(求道)의 길로 들어선다. 당시(서기 1540년 무렵) 20대 초반의 그 청년은 각고의 수행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도(道)를 성취하여 당대의 명망(名望)을 한 몸에 받는 정신적 지도자로 우뚝 서게 되었고 뒷날 임진왜란(서기 1592년)이 일어나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울 때 어명(御命)에 의해 의승병(義僧兵)들을 모병(募兵)하여 바람 앞의 등불 같았던 나라의 운명을 돌려놓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는 보통 ‘서산(西山)대사’라는 별호로 더 많이 알려진 조선 중기의 고승 청허 휴정(淸虛休靜) 선사로서 80 평생의 거룩한 발자취가 청사(靑史)에 빛나는 존재이다. 이러한 청허 선사가 자기 삶의 철학의 핵심을 스무 글자로 축약하여 빚어낸 위의 시 한 수는 420여 년 세월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하여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동시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이 시의 메시지에 부합하는 올곧은 삶의 발자취를 남긴 민족의 훌륭한 지도자 김구(金九) 선생께서 평생 애송하고 즐겨 휘호로 남겼던 까닭에 어떤 이들은 이 시를 김구 선생께서 지은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오는 6월 13일, 광역·기초자치단체장, 도의회 및 시군의회 의원 선출 등의 선거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국을 맞고 있는 지금 우리 각 지자체의 도민, 시민, 군민들은 적지 않은 후보들의 면면을 잘 살피고 그들의 지금까지의 행적과 앞으로의 정책 구상, 내 건 공약의 실현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훌륭한 일꾼’을 뽑아야 하는 중차대한 판단과 선택을 앞두고 있다. 일꾼 잘못 뽑아 도나 시군 지역의 발전이 지연되거나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지려면 내용보다 간판을 중시하고 인물 됨됨이와 능력보다는 끼리끼리 나눠 먹는 패거리 문화와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반드시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무슨 일을 하든지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고 구성원들의 능력과 팀워크이다. 그런데도 아는 사람 찾고, 친한 사람 우선이고, 같은 지역 사람끼리 어울리고 하면서 인물됨과 능력이라는 본질을 외면해 국가나 지역사회발전의 저해를 야기하고 국제경쟁력의 약화를 스스로 초래하는 어리석은 짓들을 거리낌 없이, 부끄러움 없이 반복해온 과오를 이번 선거부터라도 제발 되풀이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적어도 나라 발전에 전혀 도움 되지 못하는 이러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만이라도 절대 발붙이지 못하도록 올바른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겠다. 청허 선사가 시를 통해 이야기한 것처럼 제 인생의 행로를 떳떳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 세상에 큰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유능한 후보자들을 잘 가려내 ‘빛나는 한국’을 건설하는 중차대한 일에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잘 행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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