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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에 문학이 가장 앞서야 하는 이유

남북한의 생활 문화 차이를 이어 붙이는 유용한 방법은 문학

▲ 윤철 전북수필문학회장

세기적 사건인 6·12 북미정상회담이 잘 끝났다. 지난주에는 어느 자리에서나 북미정상회담이 화두였다. 일부에선 성과를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처참한 전쟁까지 겪었던 지난날의 대립과 갈등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화해와 평화의 온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작년 이맘때를 돌이켜보자. “내 책상에 핵 단추가 있다”라는 김정은의 말 폭탄과 핵실험, 미사일 발사에 미국은 코피 전략으로 북한 핵 관련 시설을 정밀 타격하겠다는 북미 간의 대립이 고조되어 이 땅에 전운이 감돌고 대다수 국민은 불안에 떨지 않았던가. 이제 전쟁의 위협은 사라졌다. 통일의 시야를 가리던 짙은 안개도 지난 여섯 달 사이에 빠르게 걷혀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통일이 보인다. 제대로 된 통일의 밑그림을 그리고 준비해야 하는 『통일의 시대』가 온 것이다.

나뉜 땅덩어리가 합해지고 남북한의 기존체제를 무너뜨려 새로운 단일체제가 태어난다고 해서 그것을 진정한 통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통일이란 땅 위의 경계선을 허물고 하나로 합하는 물리적 개념뿐 아니라 같은 민족으로서 혈연적 유대성, 지역적 인접성, 문화적 동질성, 정서적 연대성, 즉 생활문화를 공유하는 정신적 개념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지난 73년 세월 동안 남과 북의 생활문화는 정반대 방향으로 너무나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하였다. 격차 또한 극심해진 탓에 충분한 준비 없이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조정하기 어려운 사회 혼란으로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적응을 모델로 통일 이후의 문제점을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탈북자 대부분이 적응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생활문화 차이 때문이란다. 이념과 체제에 의한 통제가 정당화된 획일적 사회주의 체제에서 교육받고 세뇌된 사고와 가치 기준으로는 갑작스럽게 주어진 자유를, 경쟁이 치열한 시장 경제를, 이질적인 것이 공존하는 다변화 사회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음은 당연한 현상이다. 탈북자가 늘어나면서 이것이 사회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제 남북한은 문화적 동질성, 정서적 연대성만으로 본다면 단일 민족이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생각한다.

체제 안전을 보장받은 북한의 다음 수순은 경제발전을 위한 개혁개방이다. 북한의 개혁개방 결과로 남북 사이에 사람과 교통수단의 왕래가 자유롭게 되고, 전화와 편지 인터넷 통신에 제한이 없으며, 관세나 수량 등의 규제 없이 상품을 교역할 수 있다면 그것이 실질적인 통일이리라.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져 서로를 이해하는 섞임과 스밈 가운데 문화 격차가 자연스레 줄어들고 없어진다면 휴전선의 있고 없음을 떠나 통일은 완성될 것이다. 따라서 남과 북의 심각한 생활문화 격차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해소를 위한 노력이 진정한 통일의 디딤돌이며 통일 이후 사회 혼란과 통일 비용을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평생 직접경험으로 체득하는 것보다 간접경험으로 알고 익히는 것이 훨씬 많다. 지금으로선 남과 북이 서로를 직접 경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간접경험을 통해 생활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밖에 없다. 간접경험으로나마 서로의 생활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습득하며 단절점을 이어 붙이는 유용한 방법을 찾자면 문학만 한 장르가 없다. 보통 수준의 사고와 가치 기준이 바탕을 이루는 일상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낸 문학작품은 미지의 사회를 간접 경험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교류에 문화교류가, 그것도 문학이 가장 앞에 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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