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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처방전

소소한 일상에 만족하고
어떤 일에도 감사하면서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을

▲ 황인철 원불교 화산교당 주임교무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하나.

남산아래 구리개골에 약방주인 박 서방은 가끔 감기나 체증에 한두 첩, 첩약이나 팔아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남루한 차림의 남정네가 약방에 들어서더니 다짜고짜로 안방 아랫목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사흘 밤낮을 내리 자더니 긴 하품을 하고 일어나 앉았다. 박 서방이 개다리소반에 밥을 차려 들여보내니 먹고는 또 아랫목을 차지하였다.

그날 저녁 어스름에 다급히 할머니가 뛰어 들더니, 손자가 갑자기 눈을 뒤집고 까무러쳤으니 살려달란다. 재촉도 재촉이려니와 진맥도 못한 상황에 무슨 약을 쓸지 난감하였다. 그때 안방에서 “곽향정기산 두 첩!”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박 서방은 귀를 의심했다. ‘난데없이 소화불량이나 곽란에 처방하는 흔한 약을? 그것도 겨우 두 첩?’ 잠깐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하고 곽향정기산 두 첩을 얼른 지어 할머니 손에 들려 보낸 후 걱정으로 밤을 보냈다. 다음날 새벽, 할머니는 만면에 웃음 짓고 백배 인사했다. 신통하게도 한 첩을 먹이니 아이가 금새 호흡이 평온해지고 새벽에 마저 먹이니 씻은 듯 나았다는 것이다. 박 서방은 어리둥절한데 안방 노인네는 태평하기 그지없다.

그날, 조용하던 약방에 젊은이가 뛰어 들어오면서 아내가 산통을 겪고 있는데 아이는 나올 기미가 없고 산모는 숨이 넘어가니 살려내라고 아우성이다. 박 서방이 난감해하고 있을 때, 안방에서 “곽향정기산 세 첩!”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이번에도 하는 수 없이 곽향정기산 세 첩을 지었다. 산통에 소화제라니…. 그런데, 다음 날 남정네가 순산했다고 인사를 왔다.

이제 동네 밖까지 입소문이 났다. 웬만하면 구리개골 약방으로 가 보라고…. 박 서방은 계속해서 곽향정기산만 두 첩이고 세 첩이고 지어 주면 만병 통치였다. 약방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던 어느 날, 안방 노인네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박 서방은 약방을 걷어치우고 그를 찾아 헤매다 천신만고 끝에 상봉하여 스승으로 모시고 신의(神醫)가 되었다.

이 이야기를 어린 시절에 읽었는데, 신의가 되는 과정은 기억에 없고 ‘곽향정기산 두 첩!’만 뇌리에 남아 있다.

소태산대종사는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고 하셨다. 이 법문을 대할 때마다 나는 ‘곽향정기산’이 생각난다. 소태산대종사가 인생 상담을 하면 이런 처방을 내리지 않았을까?

“대종사님! 친구들이 괴롭혀요.”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를 하루에 다섯 번 실행해라!” “대종사님! 저는 며느리가 하는 짓이 미워요.” “그래?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를 하루에 열 번 실행해라!” 이 처방전은 만병통치다.

감사생활하자는 것은 감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감사를 찾자는 것이다. 감사할 일에 감사하는 것은 쉽고 당연하지만 원망할 일에서 감사를 찾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소태산대종사는 “중생들은 열 번 잘해준 은인이라도 한 번만 잘못하면 원망으로 돌리지만 도인들은 열 번 잘못한 사람이라도 한 번 잘하면 감사하게 여긴다. 중생들은 은혜 속에서도 해(害)를 찾아 난리를 불러오고, 도인들은 해에서도 은혜를 발견하여 평화를 불러온다.”고 하셨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소소한 일상에 만족하고 어떤 일에서도 감사를 찾으며 이웃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살면서 다생겁래에 쌓인 무거운 업력도 벗어내고 몸과 마음이 닿는 곳마다 복혜가 충만하기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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