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70~80년대 산업경제화 시절, 장래희망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장래의 희망이 매년 달랐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에는 직업군도 그리 다양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장래의 희망이나 꿈을 생각한다는 것은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필자를 바라볼 때 젊어서 장래의 희망과 현재를 비교하면 얼마나 성취되었는가. 내 스스로 몇 점짜리 일까 궁금해진다.
요즘은 직업군이 다양해져 장래의 희망직업을 선택할 때 선택의 폭이 넓다. 몇 해 전, 청소년들이 이·공계 진학을 기피한다는 내용을 접하고 공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자원도 부족하고 국토도 좁은 나라였기에 기술력을 극대화 하여 수출을 기반으로 해서 경제의 축을 이뤘고 G20 국가가 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기초과학과 공학이 서로 협업하여 기술발전을 기반으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학하여 학교에서 열심히 자기의 전공분야를 습득한 후 사회에 진출하여 각자의 역량을 폭넓게 펼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공계를 기피한다고 하니 염려가 되고,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것 같다.
오래 전(2002년) 삼성경제연구원은 연도별 수능지원자의 감소로 기존 이·공계 인력의 이탈 경향을 지적했다. 이·공계 기피로 인해 인력 공급의 위기가 오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위기요인으로 낮은 소득과 상대적 지위 하락, 고용의 안정감소, 열악한 교육환경 등을 언급했다. 그런대도 정부나 사회는 미래의 청소년들이 이·공계진학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현재 학생들이 생각하는 이·공계기피현상이 무엇인가부터 진단해 보았다면 이에 맞는 처방이 있어야 했다. 이·공계열의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의지와 이·공계 진출자들에 대한 정책의 빈약이라 했다. 두 번째의 요인으로는 낮은 수입, 다음으로는 다른 직업군과의 상대적 박탈감, 직업의 안정 부족, 사회적 지위 약화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이러한 기피현상을 해결하지 못했다. 젊은 학생들을 이공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강화하고, 장학제도를 다양화하며, 이공계 출신 고급관료를 육성하고, 기술인력 우대 풍토를 조성하는 등 일련의 노력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었다. 각종 조사결과에서 이·공계기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결과도 오래전부터 나타났다. 그러함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 그 원인은 과학기술 분야를 제대로 아는 정책입안자가 부족했거나 정책의 지속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공계 출신의 인재를 등용하고 사회 전체가 이공계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지속적으로 밀고 왔다면 지금쯤 상황은 호전됐을 것 같다.
요즘 대학 진학학령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보니 학교마다 신입생 확보에 혈안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학 본연의 임무는 무엇인가. 그것은 인재를 선발해서 입학 때(인풋) 보다 졸업 때(아웃풋) 더 우수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엘리트 위주의 차세대 이·공계 육성도 중요하지만, 이공계 전체의 역량을 강화해 미래세계를 대비해야 한다. 미래의 더 다양한 사회는 이·공계 분리보다는 전반적인 이공계 역량을 키워 융·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할 것이다. 미래 세계를 대비하는 정책변화가 필요할 때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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