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떻게 자기보다 힘센 짐승들을 제치고 최상위 포식자가 될 수 있었을까. 아마 높은 지능과 협동능력을 우리는 먼저 떠올릴 것이다. 육체 아닌 다른 능력 말이다. 그러나 색다른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인간이 원시자연에서 살아남은 건 육체가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힘이 필요한 환경에서, 기본적으로 힘이 셌기 때문에 생존에 성공했다는 것.
예를 들어 인간의 오래달리기 능력은 동물계(界)를 통틀어 최고다. 먼 옛날 호모사피엔스는 사냥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쫓아갔다고 한다. 최근영국 BBC 다큐멘터리에서는 아프리카 부시맨이 얼룩영양을 8시간동안 맨발로 쫓아가 사로잡는 모습이 소개됐다. 훈련만 받으면 인간은 하루 종일도 뛴다. 치타는 3분만 뛰어도 죽는다. 강한어깨도 인간육체 중 우월한 부분이다. 인간 중학생이 성인고릴라보다 더 멀리, 정확히 던진다. 목숨 건 싸움에서 투척능력은 유용하다.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환경이 요구하는 기본기를 갖춰야한다. 힘이 센 야생동물을 잡아먹고 살아가려면 강한 몸이 필수라는 것이다. 사고력, 조직력은 일단 생존한 이후에나 필요한 능력이다. 이는 생존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 그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본기를 예외 없이 지니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가 좋은 예다. 그는 현재 기업가를 넘어선 시대의 리더로 여겨진다. 자선사업을 후하게 벌이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꾸준히 사회에 기부해서다. 그러나 그는 뼛속부터 사업가였다. 그가 회사를 키워낸 결정적 비결은 ‘독과점’이다. 40여년 전 IBM으로부터 운영체제(OS)공급 독점권을 따낸 후, 윈도우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끼워팔기 하면서 동종 업체들을 고사시켰다. 과도한 독점행태로 20년 전에는 유럽연합으로부터 5억유로에 달하는 벌금을 받기도 했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어떤가. 잡스는 최고경영자 시절 ‘하청업체에 최소한의 납품단가만 지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때문에 죽어서도 전 세계 부품 공급업체들에게 원성을 들었다.
물론 그들이 나중에 시대에 준 영감과 사회에 베푼 미덕은 귀중하다. 그러나 사업을 할 때의 그들은 현실감각 뛰어난 상인이었고, 시장을 장악할 땐 어떤 기업가보다 냉혹했다. 기업 목적달성에 필요한 기본기를 그들은 갖추고 있어 살아남았고, 그 이후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도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손익계산에 약해 창의력에만 기대거나, 도덕성이 넘쳐 버는 족족 기부했다면 현재의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존재할 수 없다.
개각이 발표됐다. 장관 후보자의 어떤 면에 우리는 집중해야하는가. 당연히 직무 전문성이다. 행정가는 부처실무 전반에 대한 이해와 컨트롤 능력이 필수다. 정무감각이나 소통능력 같은 자질은 그 다음에 필요하다. 최정호(국토교통부) 후보 등 기본기가 탄탄한 해당부처 출신 전문가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 이유다. 인사청문회가 기다린다. 호통과 추궁, 개인 신상 관련 가십이 난무하는 미디어 전(戰)의 관람 포인트는 무엇인가. 후보자의 직무 전문성이 돋보인다면 수상쩍은 가십은 과감히 흘려 들어야한다. 반대로 후보자의 기본기가 수상쩍다면 납득될 때까지 추궁해야 한다. 먼 옛날부터 그랬듯, 기본기가 우릴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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