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A씨는 3년 전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다. 월급으로 결혼 자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로부터 종신보험을 권유받아 가입하였다. 하지만, A씨는 최근 자신의 보험이 목돈 마련보다는 사망사고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뒤늦게나마 보험을 해지하려 했지만, 납입한 보험료 중 절반이 안되는 금액만 환급된다는 설명에 해지도 망설여졌다. A씨는 설계사의 설명만 듣고 보험에 가입한 것을 후회하면서 설계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민원을 금융감독원에 제기했다.
이처럼 저축 목적으로 보험 가입을 원했는데, 설계사의 잘못된 설명으로 종신보험에 가입하여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많다. 올해 8월까지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에 접수된 생명보험 민원 290건 중 종신보험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건은 47%에 달한다.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장성 보험이다. 저축보험과 같이 목돈을 모으기 위한 보험이 아니라,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이다. 요즘에는 종신보험이 사망사고를 보장하는 본연의 기능 이외에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판매된다. 보험료 추가 납입과 중도 인출이 가능한 유니버설 기능이나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이 부가되고, 설계사는 이러한 부가 기능의 장점을 위주로 설명을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으로 오인할 소지가 커진 셈이다.
목돈 마련을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한다면 종신보험은 전혀 적합하지 않다. 종신보험은 평생동안 보장되므로 적립금을 수령하려면 중도에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비와 위험보험료가 적용되기 때문에 10년 이상 납입하다가 해지하는 경우에도 환급금이 납입한 보험료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여 받게 되는 해지환급금을 재원으로 연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동일한 보험료를 내는 연금보험보다 적은 수준의 연금액을 받게 된다.
안타까운 점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더라도 보험이 무효 처리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보험계약자가 청약서와 상품설명서에 스스로 서명을 하였다면, 서명이 강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입증되는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률상 그 효력을 부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완전판매 모니터링을 위한 전화 통화에서도 보험계약자가 문제없이 가입했다고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화 통화 녹취를 확인해보면 설계사로부터 이미 설명을 들었으니 빨리 끝내 달라고 요구하는 보험계약자도 자주 접할 수 있다. 모니터링 전화 통화의 법률적 효력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자필서명과 완전판매 모니터링 전화 통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체결된 보험계약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추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이상 해당 보험계약을 무효로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몇 만원짜리 옷을 살 때에도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아 이곳 저곳 발품을 파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매월 큰 금액을 지불하는 보험계약시 가입 목적에 잘 어울리는 보험상품을 찾아 꼼꼼히 비교하고, 질문하고, 확인하는 것은 더욱 당연한 일이다. 가입하는 보험을 제대로 이해한 후에만 보험서류에 서명을 해야 하며, 일단 서명하면 그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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