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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민주주의와 시민, 그리고 시민사회

임성진 전주대학교 교수
임성진 전주대학교 교수

지금의 조국 정국은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시민의 힘을,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의 외적인 위기와 내적인 진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광화문 광장에 모인 태극기와 성조기 부대가 87년 시민들이 외쳤던 민주화 구호를 반복하는 기막힌 현실은 시민사회의 자기성찰과 새로운 변화의 노력이 시급함을 깨닫게 한다.

현재와 같은 혼란은 본질적으로 시대적 환경과 시민의식이 급격히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사회체제가 낳은 구조적인 문제이다. 게다가 그동안 한국사회의 변화를 주도해온 시민사회운동마저 대안으로서의 중심동력을 잃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이다.

시대적 변화를 이해하려면 민주주의의 내용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먼저 보아야 한다. 학자들은 현재의 민주주의가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던 선거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넘어 시민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존의 자유민주주의적 절차로는 자원 배분의 불공정과 불평등 문제를 예방하거나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수집단의 이해가 대표되고 합의주의가 존중되며 높은 수준의 정책적 반응성이 가능한 새로운 민주주의 양식이 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민주화 이후 성장해온 시민의 자유주의 정향이 새로운 스마트 ICT기술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고 공유되고 있는 상황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스마트 민주주의의 발달로 심의, 비판 능력을 갖춘 시민들은 자유롭고 신속한 소통을 통해 더는 권력에 제한되지 않고 스스로 변화를 추진해나갈 동기와 힘을 얻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일반시민들의 선호와 필요가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합의에 반영되는 시민민주주의가 더욱 발달하기 때문이다.

시민민주주의에서는 특정한 공동체의 성원을 넘어선 개별적인 개인들이 무정형으로 네트워크화되어 시민사회의 주인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이들은 선거나 정당을 통한 기존의 간접참여를 넘어 직접적으로 정치 과정에 개입하는 주체적이고 참여적인 시민공중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이제는 생산, 사용 및 소비에 있어 스스로 콘텐츠를 창조하는 프로슈머(prosumer)나 프로듀시지(produsage)의 등장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이 새로운 시민공중은 과거와 달리 보수세력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계급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진보세력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개개인이 집단지성의 협력을 통해 강한 주도권을 행사하는 주체로서 진보와 보수의 주어진 틀 속에서 사회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재단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의 관심사는 오히려 양극화 해소, 참여, 자치, 생태와 같은 사회경제 생활이슈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상황은 사실상 혼란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민주주의와 정부, 그리고 더 강한 사회적 책임감과 공정성을 갖춘 시장체제를 만들어가는 진통의 과정이다. 그래서 고통스럽더라도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그만큼 더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정치권과 엘리트층이 시대정신을 담아내지 못한 채 개혁에 더디고 불신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지금 같은 때일수록 권력을 감시, 비판, 견제하며 대안을 찾는 시민사회 본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민주주의와 시민공중의 등장에 발맞춘 시민사회의 진화와 미래를 향한 방향성 제시가 절실한 시기이다.

/임성진 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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