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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과 ‘밥맛’으로 승부하는 우리 쌀의 약진

황규석 농촌진흥청 차장
황규석 농촌진흥청 차장

갓 지은 밥은 찰진 윤기가 감돌면서 고유의 밥 냄새를 은은하게 풍긴다. 밥알이 제각각 모양을 유지하며 뽀얗고도 맑다. 밥의 찰기도 높아 잘 뭉쳐지고 탄력적이며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품질이 좋은 쌀은 무엇보다 씹을수록 단맛이 배어나와 별 반찬 없이도 입맛을 당긴다. 일반적으로 도정한 지 15일 이내(겨울은 30일 이내) 쌀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2018년 한 해, 우리나라 국민 한 명당 밥쌀 61kg을 소비했다. 1992년 112.9kg와 비교하면 절반가량 줄었다. 반면, 쌀 재고량은 적정 재고량 80만 톤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공급과잉에 의한 수급불균형이 문제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수입 농산물 관세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쌀의 관세화는 10년 유예됐고 2004년 재협상을 통해 10년 연장한 후 2015년부터 외국 쌀이 관세화로 수입되고 있다. 쌀 소비 감소 추세와 쌀 시장 개방화는 벼 종자 개발에도 영향을 미쳐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농촌진흥청은 쌀 시장개방에 대비하고 우리 쌀 품질 고급화를 위해서 2003년부터 엄격한 품질기준을 적용하여 최고품질 벼 18품종을 개발했다. 2017년 이후에는 일본 품종(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 등)을 대체하는 ‘해들’, ‘알찬미’ 등 품종을 개발, 보급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품질 벼 재배면적은 18만 6천ha(재배면적의 25.2%)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삼광’(만세 보령쌀 등), ‘영호진미’(안동 양반쌀), ‘해들’(임금님표 이천쌀)은 지역을 대표하는 우수 브랜드 쌀로 정착하고 있다. 2018년 한 여성지에서 한식전문가를 대상으로 밥맛평가회를 연 결과, ‘영호진미’와 ‘삼광’이 일본쌀보다 대등하거나 우수하다는 호평을 얻었다.

농촌진흥청은 우리 쌀의 품질고급화를 위해 수요자(농업인, 소비자, 미곡종합처리장)와 함께 품종을 개발하는 육종시스템을 도입하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최고품질 벼 품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27년까지 21개 품종을 개발해 전체 재배면적의 35%까지 보급하고자 한다. 이를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보급, 확산하면서 지역특화 명품 쌀 브랜드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전북도 농업기술원에서 기존 ‘신동진’벼와 차별화한 최고 품질 벼 ‘십리향(十里香)’을 개발해 전북 쌀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2019 농업기술박람회 소비자 식미평가를 거친 결과, 밥 냄새(81%), 밥맛(87%) 선호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올해 브랜드 개발을 위한 종자 2.2톤을 전북농협에 공급했으며, 전북농협과 연계해 전북 도내 4개소(여산, 옥구, 대야, 회현) 25ha의 재배단지를 조성했다. 시제품 생산, 쌀 품위 평가 등 마케팅 표준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고품질 벼 품종의 개발·보급으로 외국 쌀과의 품질경쟁력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생산현장은 여전히 다수확 위주의 품종과 재배기술을 선호하고 있다. 가격보다는 맛을 중시하는 소비행태(2017 농촌경제연구원 조사)로 볼 때 고급화된 쌀에 대한 잠재 수요는 많다. 우리나라 최고품질 벼 품종은 일본·중국 쌀과 비교해 우수성에서 뒤지지 않는다. 다만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인식전환과 함께 품질과 밥맛으로 승부하는 우리 쌀 개발 프로젝트가 적극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황규석 농촌진흥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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