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공중화장실 문화는 20∼30년 전에 비해 몰라보게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심한 악취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의 지저분한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음악이 흐르고 호텔 수준급의 시설을 갖춘 고속도로 등지의 공중화장실을 이용한 외국인들이 "이곳이 화장실이 맞냐"고 놀라워 할 정도다.
이같은 국내 공중화장실 문화의 엄청난 발전에도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곳이 있다. 남녀가 한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용화장실이 그 곳이다. 이용해야 하는 남녀 모두가 불편한데도 완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여성들은 어색함과 불안감을, 남성들도 민망함과 창피함을 피할 수 없다.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여성들은 남성이 이용할 때는 밖에서 기다리기도 한다.
도시민들이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위해 자주 찾는 곳이 공원이다. 전주시의 경우 도시공원 80곳중 16곳에 설치된 화장실이 남녀공용으로 나타났다. 불편함 뿐만 아니라 공원 화장실은 위치나 공간 특성상 자칫 성범죄 등에 노출되기 쉽다. ’여성 안심 화장실’이나 첨단 비상벨 등을 설치했다고 하지만 여성들은 불안감을 쉽게 떨쳐 버리기 어렵다.
남녀공용화장실의 불편은 비단 공원 뿐만이 아니다. 민간 건물이나 근린생활시설 등에 설치된 화장실도 남녀공용의 경우 남녀 모두가 느끼는 불편은 마찬가지다. 현행 ’공중화장실 등의 이용에 관한 벌률’에는 규모 2000㎡ 이상의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남녀화장실을 따로 설치하도록 규정돼있지만, 2000㎡ 이하 소규모 민간건물일 경우에는 남녀화장실을 분리 설치하도록 강제할 법적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공중화장실은 국민들의 문화의식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 가운데 하나이다. 깨끗하게 이용해야 하는 시민의식이 절대적으로 요구되지만 남녀 시설의 분리작업은 지자체나 민간 건물 소유주가 나서야 한다. 전주시가 최근 공원 남녀공용화장실을 분리해달라는 민원에 대해 1년에 한 곳씩 점차적으로 개선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한다. 1년에 한 곳 정도로 어느 세월에 공원내 모든 남녀공용화장실 분리를 끝내겠는가. 전주시는 공용화장실 분리 설치작업을 서둘러 시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문화를 정착시켜주기 바란다. 아울러 민간 건물 남녀공용화장실에 대한 분리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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