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논설위원
 
     
   요즘 도내 일부 신문에 나란히 시군 체육회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리고 있다. 민선체제 출범 3개월을 맞아 새로 취임한 그들을 통해 그동안의 소회와 지역 현안, 향후 계획 등을 들어보는 기획 시리즈다. 시의적절하고 민선시대에 걸맞은 기획 자체가 괜찮아 보였다.
문제는 도체육회에서 이런 기사를 보도자료를 빙자해 일괄적으로 신문에 게재했다는 점이다. 자로 잰듯한 신문의 획일화·평균화를 초래하는 이런 결과를 예상했는지 궁금하다. 예상했다면 보도자료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예상치 못했다면 더 큰 문제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낡고 구태의연한 민선 도체육회의 사고방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유야 어찌됐든 신문에 그대로 보도된 경위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어지간한 내용 같으면 체육회 자료대로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상식밖의 궤도 이탈이다. 신문사에서도 나름 공을 들여 기획시리즈를 취재, 제작하는 과정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릴레이 인터뷰 기사를 보도자료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신문에 게재한다는 발상 자체에 말문이 막힌다. 그 것도 다름아닌 민선 시군 체육회장 14명을 연속 보도하는 시리즈다. 언뜻 독재정권의 언론 보도지침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체육회 입장은 소식지를 만들기 위해 미리 해놓은 인터뷰 기사를 코로나19 사태에 특별한 기사거리가 없어 자료를 만들었다는 것. 그런 충정을 백번 이해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신문마다 제각기 추구하는 언론 본연의 독자성과 색깔을 아예 무시해 버렸다는 것이다.
단언컨대, 신문사마다 이같은 시군 체육회장 인터뷰를 기획하면 사전에 그 지역특색·갖가지 현안 등을 검토한 후 질문지를 만든다. 동시에 게재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경우라도 서로 차별화를 시도하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런 까닭에 회사 내부에서 조차 다른 매체와 똑같거나 비슷한 기사만 내보내도 기자들이 징계대상에 오르고 죄인취급 받기 일쑤다. 그만큼 언론보도의 획일화는 기자 누구나 늘 경계하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다양성과 융복합을 추구하는 민선 도체육회의 언론에 대한 시각이 천편일률적이라 유감이다. 보도자료를 내더라도 기사가치 판단은 기자가 한다. 물론 처음 의도와 다르게 확대해석한다고 서운해할 지 모르지만, 단순 내용이 아닌 기획시리즈까지 일괄 게재를 시도한 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새삼스럽지만 보도자료의 쓰임새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미처 알지 못하는 내용이나 꼭 알아야 하는 경우 유용하게 활용하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보도자료 형식을 빌어 언론 고유영역까지 침범하는 건 절대 아니될 말이다. 어쨌거나 단호히 뿌리치지 못한 언론도 잘못이다. 전북일보도 뒤늦게 깨닫고 질문지를 직접 만들어 취재,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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