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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의 부활

김은정 선임기자

모로코의 경제중심도시 카사블랑카의 거리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광고판이 논란이다. 윙크하는 젊은 여성과 현대자동차 사진 뒤로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광고판 배경 때문이다.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햇살이 사방으로 퍼지는 형상의 광고 디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욱일기를 연상케 한다.

이 광고판이 카사블랑카 거리에 등장한 것은 지난 3월이다. 그러나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것이나 SNS의 뜨거운 논란으로 부상한 것은 최근이니 이미 두 달이 넘도록 카사블랑카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을 것이다.

모로코 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 광고판을 제작한 현지 업체는 형상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사용했단다. 광고판을 철거하겠다는 입장도 전해진다. ‘욱일기’에 대한 감정이 우리와는 다를 터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광고 디자인에 왜 하필이면 욱일기 형상의 무늬가 선택되었을까 궁금해진다.

사실 ‘욱일기’는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함께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국 군대가 군기로 사용했던 깃발, 이른바 ‘전범기’다. 독일 나치즘의 상징이 된 하켄크로이츠는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했던 시기에 국기로도 사용될 정도로 상징성이 강했지만 1945년 독일 패전과 함께 나치스가 해체되면서 독일 정부는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아예 법으로 금지했다.

일장기의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욱일기 역시 태평양 전쟁 등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 어김없이 군기로 내걸었으나 1945년 패전과 함께 사용을 중단했다. 전쟁을 일으킨 전쟁범죄자란 징표를 없애 불명예스러운 역사를 묻어두려는 자구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들 두 개의 전범기 신세는 다르다. 법으로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독일과 달리 일본의 욱일기는 군기로 다시 돌아와 과거 체제를 결속시키는 중요한 상징이 되어 있다. 그래서 다시 궁금해진다. 끊임없이 제국주의 시대의 영광(?)을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일본에게 카사블랑카의 현대차 광고가 큰 즐거움을 안겨주진 않았을까.

하기야 돌아보면 일본이 반가워할 광경은 이곳 대한민국에도 얼마든지 있다. 보수단체의 집회 현장에나 등장했던 욱일기가 최근에는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뒤에서도 펄럭이는 일까지 잦아졌다. 소녀상 철거와 정의기억연대의 해체를 요구하는 보수단체의 퍼포먼스 덕분이다. 이쯤 되면 군국주의의 망령을 다시 불러내려는 일본의 욕망이 더 커질 수밖에 없겠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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