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긴급 재난 문자

박인환 논설고문

지난 6월23일 밤 9시30분 경 대구시 서구청에서 발송한 재난문자가 단순 ‘해프닝’으로 밝혀지면서 구청의 안일한 행정력이 주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건물 연막소독을 위한 방역작업을 대형건물 화재로 오인한 주민 신고로 소방당국이 출동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구청 신입 당직자가 제대로 확인도 않고 ‘주민들 대피하라’는 재난 안전문자를 발송한 것이다. 뒤늦게 사테를 파악한 구청측이 20분 만에 ‘착오’ 정정 메시지를 발송하면서 일단락됐지만, 한밤중에 주민들이 혼비백산해 대피준비를 하는 등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고 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국내에서 재난문자 발송은 지난 2005년 도입됐다. 세계 최초로 CDMA(코드분할 다원접속) 방식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1996년 시작되고, 대부분 국민들이 휴대전화를 갖게 되자 정부가 이동통신 3사와 업무협정을 맺고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태풍, 홍수, 폭설, 지진 같은 재난 발생 때 문자를 발송한다. 재난문자의 소리는 재난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공습경보 등의 위급재난은 가장 큰 소리인 60dB , 테러 등의 긴급재난은 40dB로 비상상황을 알린다. 반면 안전 안내문자는 일반문자 수신환경 소리와 비슷하다.

재난문자는 이동통신 기지국을 통해 전송된다. 기지국에 연결된 모든 휴대전화에 강제 발송된다. 기지국의 전파는 장애물이 없을 경우 최대 15㎞까지 도달한다 기지국 전파가 도달되는 모든 휴대전화에 문자가 보내진다. 별도로 휴대전화 번호를 수집할 필요가 없다. 다른 지역에 갔을 때 해당 지역의 메시지가 수신되고,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이 된다.

지난 7월 기준 국내 휴대전화는 4907만대로 집계됐다. 이 중 성능 문제로 재난문자를 전달받지 못하는 휴대전화는 2G , 3G , 4G폰 등 약 122만대로 전체의 2.48%에 불과하다. 대부분 휴대전화에 재난문자가 발송되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재난문자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긴급하지 않은 사안까지 발송하면서 문자를 ‘양치기 소년‘ 대하듯 하는 것이다. 국민 전체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문자의 공익적 기능을 감안하면 적은 불편은 기꺼이 감내하는 자세가 아쉽다.

최근에는 재난문자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엉뚱한 역기능이 우려된다. 공개되는 확진자의 이동경로에는 유명한 맛집이나 카페 등의 업소가 포함되기 마련이다. 문자에 한번 상호명이 뜨면 ‘확진자가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들이 얼씬도 하면 안되는 곳으로 낙인찍혀 버린다. 방역 소독작업을 마치고도 매출이 급감하면서 폐업 직전까지 내몰리는 업소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도 우리의 이웃이다. 업소가 확진자를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동체 구성원들의 아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인환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외교 ‘강행군’ 여파 속 일정 불참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