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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 또는 공공의 재앙에 대하여

곽병창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곽병창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공공재(公共財, public goods)-. 백과사전을 보니 ‘사유재, 또는 사적재(私的財, private goods)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구성원 모두가 소비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랍니다. 예술은 공공재일까요 사유재일까요? 오랜 논란이지만 둘 다라 말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결론일 겁니다. 원래의 출발이야 당연히 공공재의 성격이 아주 강했겠지요. 이른바 나랏무당 시절에는 예술행위 자체가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담당자들 또한 한 부족,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지도자의 면모를 지닌 존재들이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점점 더 사적인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일조차 재화를 들여 사고파는 대상이 되어 갑니다. 당연히 예술가 또한 권세 있는 자들의 기호와 지원에 기대어 생존해야 하는 운명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막강한 자본주의의 논리 앞에서 예술도 시장에 적응한 예술과 그렇지 못 한 예술로 나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된 것이지요. 가장 오래 된 예술행위인 연극, 무용, 음악 등이 시장의 논리 앞에서 무기력해진 것은 슬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실입니다. 그래서 다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는 논리가 ‘예술 공공재론’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예술은 시장에서 매우 취약합니다. 특히 공연예술은 그 노동집약적 성격으로 인해서 산업사회의 수지타산을 맞춰낼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예술행위가 시장의 논리에 맞춰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런 예술행위야말로 재화를 생산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만들어낸 게 관립예술단을 포함한 각종 지원제도들입니다. 국가가 공들여 준비하는 이런 지원제도가 없으면 상당히 많은 예술행위가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예술에 대한 공적 부조제도는 그 자체로 예술이 공공재라는 사실을 웅변하는 증거입니다. 물론 예술계에도 어떤 공적 부조도 받지 않고 자생적으로 성공한 개인들, 단체들이 존재합니다. 대중예술의 스타들을 포함해서 그들은 누구보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엄청난 재화를 창출하면서 국가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기도 하고 전 세계의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발 벗고 나서기도 합니다. 이처럼 어느 분야든 시장 적응력이 뛰어난 부분과 그렇지 못 한 부분이 공존하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공공의 영역에서 헌신하는 예술가들을 나라가 나서서 지원하거나 예술 감상의 기회가 부족한 지역에 관립예술단을 세워 그 기반을 튼튼히 하는 일을 두고, 예술시장에서 잘 나가는 예술가들이 나서서 우리는 공공재가 아니라며 폄하하는 경우를 본 적은 없습니다. 치열한 예술시장에서 성공을 향해 매진하는 예술가들이 공적 영역의 예술을 경쟁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말할 것 없이 이 두 영역은 공존해야 합니다. 사적 재화의 축적에 몰두할 이들은 내내 재화가 주는 풍요를 즐기면 될 일, 조금 덜 벌더라도 공적 영역에 스스로를 던진 이들은 또한 그 일에 충실하면서 더 큰 내면의 기쁨을 누리면 되는 일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공재로서의 길을 열등한 이들이나 가는 길이라 폄하하면서, 그 일이 자신들의 사적 영역을 침범할 거라 우려하는 태도는 참 이율배반적입니다. 애초에 공공재가 될 리도, 그럴 의지도 없던 이들이, 공공의 안녕과 평화를 위하여 헌신하려는 이들을 조롱하는 것, 그것은 공공의 재앙입니다. 적어도 예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디서든, 공공재는 못 될망정 공공의 재앙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곽병창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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