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논설위원
 
   도의회가 그제 정례회를 마감했다. 사실상 올해 의정활동이 막을 내린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았던 1년의 의정평가는 차치하고 야누스 적인 두 장면이 떠오르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전에 업무 차 도의회에 잠깐 들렀다. 의원실이 있는 4층에 공무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류를 들고 대기중이었다. 예산결산 심사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이다. 그 곳에서 만난 후배 얘기가 문제예산으로 찍혀 한 푼이라도 깎이지 않으려고 의원에게 보충설명 하려고 왔다는 것.
눈길을 끄는 건 박용근 의원실이 가장 붐빈다는 점이다. 박 의원에게 밉보인 문제예산이 다른 의원보다 훨씬 많아 공무원들이 골머리를 앓는다고 귀띔한다. 하물며 1층 휴게실에서도 시간을 쪼개 그를 이해시키는데 5분 남짓 안간힘을 쓴다. 예산안 심사는 불요불급하거나 불합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수정 보완을 요구하는 게 상례다. 도의원으로서의 기본 책무임에 틀림없다. 그런 강한 면모 때문에 박 의원이 상대하기 껄끄러운 의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어수선한 휴게실에서 그 짧은 시간에 문제예산의 맥락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아니면 공무원들에게 깐깐하게 지적함으로써 긴장감을 심어줄려고 그랬는지 헷갈리긴 마찬가지다.
그간 행적에 비추어 이 같은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불과 얼마 전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온라인 출판기념회를 개최해 입방아에 올랐다. 피감기관 공무원에게 안내문자뿐 아니라 입금 계좌번호까지 보내 물의를 빚었다. 눈밖에 난 공무원에게는 자료를 과다하게 요구해 괴롭히는가 하면 그 직원의 업무 상세일지를 제출하라고 강요해 노조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편 이해충돌 논란을 야기한 최영심 의원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돌봄 전담사 정규직 전환에 대한 최 의원의 문제 제기에 답변에 나선 부교육감이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거론하며 맞섰다. 그는 최 의원이 공무직 노조전임자 때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며 미래 이익과 상충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의원들은 부교육감의 태도를 문제삼으며 사과를 요구한 가운데 의회 경시냐 소신 발언이냐를 놓고 설왕설래 했다.
더욱 아쉬운 건 답변태도만 질타하면서 이해충돌 논의는 비껴갔다고 볼멘소리다. 도의원들이 짚어야 할 것과 다뤄야 할 것을 애매하게 처리함으로써 핵심이 흐려졌다는 지적이다. 도민의 대변자로 자처한 도의회하면 최소한의 문제의식을 갖고 제기된 현안을 심도있게 다뤄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도의원들은 공인으로서 이로 인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더구나 그들이 상대하는 공무원과 이해당사자들은 선거때 유권자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투표를 통해 권한과 의무를 주며 책임을 다하라고 뽑아준 이가 다름아닌 유권자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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