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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공익신고와 사회 정의

강인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 2007년 삼성의 불법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등을 세상에 알려 큰 파문을 일으켰던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는 내부고발 이후 서울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지만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입이 없어 가족이 운영하는 경기도 부천의 제과점에서 매일 저녁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뭐가 그리 잘났냐’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변호사 활동을 접고 2011년 부터 9년 동안 광주시교육청 감사관으로 일한 그는 올해 초 퇴임했다.

내부고발, 공익제보, 공익신고 등 조직의 내부 혹은 외부의 부정·불법 행위를 신고하고 공개한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중징계나 집단 따돌림 등의 보복을 받거나 민형사상의 법적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990년 국내 재벌 계열사의 과다한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실태를 감사하던 중 업계의 로비를 받은 상부 지시로 감사가 중단됐다는 사실을 고발한 이문옥 전 감사관은 공무원 기밀 누설죄로 구속되고 파면됐다. 그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복직하기 까지 6년이 걸렸다.

1992년 군 부재자 투표의 부정을 고발한 이지문 중위는 고발 직후 구속되고 이등병으로 강등돼 파면됐지만 같은 부대 전역 장병들의 증언에 힘입어 4년간의 법정 투쟁 끝에 파면처분취소 확정 판결을 받고 중위 신분으로 명예 전역했다. 부정 시비가 끊이지 않던 군 부재자 투표제도는 이후 영외투표로 개선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3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돼 신고자를 누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공익신고에 따른 불이익 조치를 당한 경우 국민권익위원회로 부터 원상 회복 등 신분보장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익신고 이후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2011년 소방방재청장의 불법·부당한 인사 행태와 부하 직원에 대한 금품 요구, 향응 수수 등을 공익신고했다가 직위해제되고 퇴직 4일전 해임된 심평강 전 전북소방본부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자신의 공익신고 이후 지역 불균형 인사가 개선되고 부정과 비리 예방에 좋은 선례가 됐지만 배신자라는 낙인 속에 조직과 혼자 싸워야 했고, 고향 사람과 친한 동료들이 자신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고 이들과 멀어지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고통도 감수해야 했다.

8년 간의 법정 투쟁 끝에 최근 대법원 확정 판결로 명예를 회복한 그는 공익신고자 보호법보다 사람의 문제를 지적했다. 공익신고자 보호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할 공무원들이 오히려 관료화되면서 법 규정과 절차를 따지느라 공익신고자 보호조치가 신속히 이뤄지지 못해 장기 소송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고자가 받는 고통이 클 수록 공익신고를 통한 사회 정의 실현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제도와 사람의 문제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강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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