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선임기자
 
    
  미국에는 제인스빌이란 이름을 가진 도시가 여럿이다. 위스콘신 주에 있는 제인스빌은 미국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 GM(제네랄 모터스)사의 가장 오래된 공장으로 이름을 알린 도시다. 이 도시는 각국 지도자들이 조약에 서명할 때 사용한다는 만년필 ‘파커’펜 회사로 이미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그 유명세를 지속시킨 것은 GM이었다.
GM과 이 도시와의 인연은 1910년대에 시작됐다. 제인스빌 출신 사업가의 전략적 기업 유치 노력이 바탕이었다. 트랙터 생산으로 시작된 제인스빌 GM 공장은 1923년부터 쉐보레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생산이 전성기에 이르렀을 때 인구 6만 3천명의 작은 도시 제인스빌에서는 7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이 공장에서 일을 했으며 인근지역에 들어선 부품 생산업체까지 합하면 9천여 명이 고용돼 일자리를 가졌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쇠락하기 시작했던 1970년대에도 제인스빌의 GM 공장은 멈추지 않았다. 제인스빌이 제조업으로 기반을 닦은 미국 작은 도시들의 전형이 된것도, 80여년 GM의 가장 오래된 자동차 공장의 역사가 곧 제인스빌의 상징이자 자부심이 된 것도 이 덕분이었다.
그러나 2008년 ‘대불황’이 몰고 온 금융위기로 제인스빌 GM공장은 결국 문을 닫았다. 지역 경제를 그물망처럼 엮고 있었던 GM 공장 폐쇄는 9천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제인스빌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공장 폐쇄 후 7년 동안 제인스빌의 지역공동체 변화를 기록한 책 <제인스빌 이야기> (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는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공장이 폐쇄된 이후 한도시가 어떤 부침을 겪어내는가를 보여준다. 해고노동자와 그들의 가족, 교육자, 정치인, 기업인 등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분투하는 제인스빌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물겹다. 제인스빌>
지난 2018년 5월 31일, 한국 GM 군산 공장도 문을 닫았다. 1200여명이 퇴직을 희망하고 남은 노동자들은 다른 지역 전환배치를 신청해 떠났다. 군산은 제인스빌보다 네 배 이상 많은 인구를 가진 도시지만 오랫동안 지역경제를 떠받쳐왔던 군산 GM 공장 폐쇄는 지역 경제를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그 뒤 2년여. 지역사회를 일으키기 위한 노력이 더해지고 있지만 무너진 지역공동체 회복은 아직 멀어 보인다.
제조업 기반 산업에 의지하고 있는 도시들에게 새로운 답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도시의 지속가능한 힘이 무거운 과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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