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석 논설위원
 
   미국의 리더십 연구가이자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랜드연구소 객원연구원인 사이먼 사이넥은 ‘왜(Why)’라는 질문에 답해야 진정한 리더라고 강조한다. 비영리재단 새플링이 운영하는 동영상 강연회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에서 사이넥의 강연은 조회수 3300만회를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있고 유명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를 쓴 사이넥은 ‘왜(Why)’를 먼저 고민한 리더로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와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꼽는다.
1900년대 초 비행기 개발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새뮤얼 랭글리였다. 하버드대학 졸업생인 그에게 많은 자금과 우수한 인재가 모여들었지만 최초의 비행기는 1903년 12월 17일 오하이오 데이턴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던 라이트 형제에 의해 개발됐다. 엘리트 랭글리와 촌뜨기 라이트 형제의 결정적 차이는 비행기에 대한 ‘꿈’과 ‘환상’이었다. 최초의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진 라이트 형제와 달리 돈과 명성을 생각한 랭글리의 차이가 성패를 갈랐다. 사이넥은 랭글리가 “나는 왜 비행기를 개발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1963년 여름 미국 워싱턴의 한 쇼핑몰 앞에는 무려 25만 명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듣기위해 모였다고 한다. 킹 목사는 미국에서 가장 연설을 잘하는 사람도, 인권탄압으로 고통받던 유일한 흑인도 아니었지만 다른 인권운동가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대중들에게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은 대신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며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이유는 흑백 갈등을 넘어 미국의 미래에 대한 위대한 신념을 함께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는 16일 도내 최대 경제단체 리더인 전주상공회의소 회장을 뽑는 선거가 실시된다. 코로나19로 지역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 경제단체의 수장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인데도 전주상의 회장 선거는 3명의 후보가 불꽃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연말 1000명 넘는 신규 회원이 가입해 정치판의 당내 경선처럼 동원 의혹을 사고 있고, 이들을 회원으로 인정하느냐를 놓고 빚어진 내부 갈등은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전주상의 회장을 맡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돈과 명예가 아닌 전주상의는 물론 전북경제의 미래를 위한 꿈과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왜(Why)’ 전주상의 회장이 되려 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지역경제계의 진정한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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