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목좋은 곳에 내걸린 홍보 플래카드를 보면 선거 출마자의 면면과 성향을 감지할 수 있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문구만 봐도 그의 생각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교육감 선거에 나설 입지자들의 최근 흐름을 보면 이념과 방향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막이 오르기 전 준비 단계인지 몰라도 지향점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공약이나 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도 관행적으로 편 가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굳이 예상 대진표를 짜보면 3선연임 제한으로 링에 오르지 못하는 김승환 교육감을 축으로 양분돼 있다. 김 교육감과 함께 궤를 같이한 차상철 완산학원 이사장과 이항근 전 전주교육장·노병섭 전 전교조 지부장·천호성 전주교대 교수가 뛰고 있는 가운데 반대편 링에서는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황호진 전 부교육감 등이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한마디로 김승환 교육시스템을 계속 이어 가느냐 아니면 이를 끊어 내느냐를 가리는 싸움이다.
지금까지 바닥 움직임은 인지도가 높은 서거석씨 이름이 자주 회자되는 편이다. 그는 보폭을 전방위적으로 늘리면서 시군 조직을 챙기는 데도 여념이 없다는 풍문이다. 이달 초에는 문재인 정부의 2023 세계잼버리 정부지원 위원으로 위촉돼 한껏 고무됐다고 한다. 반면 김승환측 인사들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며 예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4일 이항근씨가 교육자치연구소 창립을 계기로 세 규합에 나섰고, 차상철씨는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플래카드 메시지를 통해 전의를 가다듬고 있는 상태다. 다른 입지자들도 마찬가지로 지지세 확산을 위한 수면아래 활동을 이어가겠지만 가시적 움직임은 거의 포착되지 않는다. 천호성씨의 신문 기고나 방송 출연 정도가 고작이다.
무엇보다 관전 포인트는 전교조 지부장 출신 3인방이 동시 출격한 배경이다. 작년 연말 예상을 깨고 이항근씨 등판설이 불거진 직후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서거석 대항마가 마뜩 잖아 구원 투수로 나왔다느니, 군산지역 지지세가 워낙 강해 그 영향력 때문이라는 말들이 흘러 나왔다. 그러면서 이들 최대 지지세력인 시민사회단체가 적전분열 양상까지 보인다는 얘기도 들린다. 단일화가 안되면 승산이 높지 않다는 건 차상철·노병섭씨도 익히 알고 있다. 이들 진영은 당분간 힘겨루기 과정을 거쳐 단일대오 형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은 후보 다자 구도가 지난 2018년 선거 때와 처지가 뒤바뀐 점이다.
선거에서 후보자 개인 경쟁력이야말로 가장 큰 무기다. 그러나 내년 선거는 ‘김승환 공과’에 대한 논쟁을 피해 가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이로 인한 교육현장의 혼란을 놓고 책임공방이 뜨거울 전망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와 능력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는 더욱 그렇다. 자칫 이념 대결이나 전임자 공방에 치우친 나머지 이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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