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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시작인 일들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열 한 살 아들의 입에서 뜻밖의 질문이 흘러나왔다.

“엄마,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지 순간 멍해졌다. 아이의 눈에도 지구가 빠르게 병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나 보다. 자신의 하루만 봐도 플라스틱을 쓰는 일은 너무 많고, 학교에서 재활용교육을 받고 분리수거를 해도 교문 밖만 나가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문구점에서부터 정체모를 비닐과 플라스틱에 담겨있는 과자를 먹는 일부터 시작해서 친구들이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음료수를 날마다 먹는다고 말한다. 아들이 이 질문을 던진 것은 ‘환경의 날’을 앞두고 시작된 ‘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 너머’ 전시회를 팔복예술공장에서 보고 나온 직후였다. 7월 11일까지 진행되는 크리스 조던 사진전은 우리에게 자연 생태계의 위기를 보여주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의미있는 전시다. 크리스 조던은 환경예술 분야의 독보적인 작가로 손꼽히지만, 본인 스스로는 환경운동가나 예술가가 아니라며, 현재의 삶을 직시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하는 메신저일 뿐이라 말한다. 인디고서원에서 출판된 크리스 조던의 책에는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슬픔에 대해서 느끼려고 하는 것, 아름다움을 알려고 하는 것, 이 세계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 이것이 우리 삶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입니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자연에 대한 슬픔까지도 온전히 알아주는 일’이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의 대표작인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알바트로스의 사진은 지금의 인류가 만든 환경 문제의 비극을 가장 정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하고 자신의 새끼에게 먹이는 알바트로스는 결국 이유도 모른채 죽임을 당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너무 편리하기만한 소비문화와 산업성장이라는 이유로 분별력을 상실한 채 쓰레기를 생산해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겨우 ‘탄소발자국’과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은 다수가 아닌 소수다. 그럼에도 고마운 것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차츰 빨대가 사라지고 있으며, 환경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점이다. 책방을 운영하며 ‘생태코너’의 책들에 늘 주목했다. 1회용품을 쓰지 않기 위해 나부터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갔다. 그러나 개인이 하는 것에는 늘 한계가 느껴졌고 매일매일 ‘무섭게’ 쌓여가는 배달음식들의 플라스틱 쓰레기나 택배박스들을 보면 순간 절망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크리스 조던의 전시회를 통해 다시금 지구의 슬픔과 분노를 직시하며 극복해야 하는 용기와 마주했다. 그리고 주위를 다시 둘러보니 이를 함께 하는 청년들이 있었다. 1회용품과 플라스틱제품을 전혀 쓰지 않고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마켓을 지향하는 ‘불모지장’ 팀은 전주의 가게들과 연합하여 우유팩과 플라스틱 뚜껑을 모아 재활용을 시작하고,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바꾸기 위해 화장품회사를 공격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꾸고 있다. 음식가게에서 음식을 담기 위해 ‘용기(그릇)’를 내기 시작했다는 용기캠페인처럼 우리는 지구를 위해 모든 용기를 총동원해야한다. 그리고 아들에게 절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을, 우리가 살아있는 한 희망은 계속되어야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도.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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