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지독하리만큼 무더운 여름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그저 걷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다. 하지만 이 무더위에 뒤지지 않을 만큼 이번 2020 도쿄 올림픽 성화의 열기는 뜨거웠다. 전례 없는 무관중 진행, 더불어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피어오르는 불안한 잡음이 개최 직전까지도 끊이지 않았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세계인의 축제는 지구를 떠들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이토록 올림픽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스포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인류사를 훑어보면 인간과 스포츠는 떼놓으려야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이는 근대 올림픽의 전신인 고대 올림피아 제전과 로마 제국의 콜로세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 시절 스포츠는 지금과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나체로 창을 던지거나 상대의 모든 곳을 만져도 허용되는 권투, 심지어 잘 벼려진 검과 검을 맞대기도 하는 등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다소 야만적으로 느껴진다. 경기를 보는 관중들은 그 모습에서 유희를 느끼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목숨을 걸어가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 한다. 우리는 그들의 땀방울에 열광하고, 그들은 우리의 환호성에 전율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습은 많이 바뀌었지만, 이것이 바로 스포츠의 근간인 것이다.
이번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많은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우리나라는 특히 비인기종목 선수들이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며 국민들을 열광케 했다. 아쉽게도 오늘을 끝으로 올림픽은 막을 내리지만, 뒤이어 우리가 소리 높여 응원해야 할 대회가 하나 더 남아있다. 바로 오는 8월 24일에 계최될 예정인 2020 도쿄 패럴림픽이다.
국제 신체 장애인 체육 대회를 이르는 패럴림픽은 장애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올림픽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방송3사가 올림픽 중계에 경쟁적으로 나서는데 비해 패럴림픽은 상대적으로 중계가 잘 되지 않는다. 사실 이렇게 멀리 볼 것도 아니고 주변만 둘러보아도 패럴림픽을 챙겨보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두 같은 국제 스포츠 대회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가장 큰 이유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최근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사회 운동이 국제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여러 소외 계층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집단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2019년 충청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항목에 대한 참여자의 비율이 무려 75.3%에 달한다. 사회에는 여전히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숨어있다는 것에 많은 이가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2020 도쿄 패럴림픽 카누 종목에 출전하는 아나스 알 칼리파 선수는 “훈련하러 갈 때, 스포츠는 제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성취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제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해줍니다. 더 이상 어떠한 장애도 있지 않은 것처럼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노력하지 않는 선수가 어디 있겠냐마는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다. 선천적인 이들은 박탈감을, 후천적인 이들은 좌절감을 겪었을 것이고, 그 감정의 깊이는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절망과 한계를 딛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이들이 이번 패럴림픽에서 어떤 휴먼드라마를 써내려갈지 기대되는 바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모두가 후회 없이 땀방울을 훔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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