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온라인 변호사’

김영곤 논설위원

삽화 = 정윤성 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100년→ 8년→ 5년’ 변호사 3만명 시대를 상징하는 숫자다. 지난 1906년 1호 변호사가 탄생한 이래 1만명, 2만명 그리고 3만명을 넘어서는 데 걸린 세월이다. 다시 말해 100년의 시간이 흘러 1만명을 돌파하더니 2만명을 넘기는데는 8년이 고작이다. 그로부터 3만명 까지는 5년이면 충분했다. 변호사들의 피 말리는 생존 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형국이다.

3만명 이라는 숫자에 얽매여 과열된 시장으로만 인식할 문제는 아니다. 그간 문턱이 높았던 변호사들의 서비스경쟁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과거 권위적 이미지를 벗어나 의뢰인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 지식이 없어 막막한 상황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의 불신감까지 팽배한 가운데 의뢰인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유일한 희망이다. 터 놓고 얘기하고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족같은 도우미 역할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오죽하면 “소송에 휘말리는 고통 보다 제 역할 못하는 변호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 며 볼멘소리다. 돈 많고 끗발 있는 교도소 수감자의 자질구레한 심부름까지 도맡는‘집사 변호사’노릇과는 대조적이다.

최근엔 온라인을 통해 변호사를 연결해주는‘로톡’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2014년 출범한 로톡은 의뢰인이 자신의 상황에 걸맞는 변호사에게 상담받을 수 있는 IT서비스를 말한다. 전체 개업 변호사 중 10%가 넘는 3000명 이상이 가입했다. 의뢰인과 변호사의 거리감을 좁힌다는 점에서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가입 회원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다.

전북에도 변호사가 300명 넘게 활약하고 있다. 로스쿨이 도입된 2009년 이후 전국적인 변호사 폭증세는 눈에 띌 정도다. 그런 분위기 속에 2019년 3만명을 넘기면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수를 마치고 혼자 개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몇 년 전에는 지방공무원 9급 공채에 현직 변호사가 지원해 화제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의뢰인에게 받은 수임료와 법원 공탁금을 가로챈 변호사가 구속되고, 수감자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이도 있었다. 버티기 힘든 경제적 여건 때문에‘검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 생존 구조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서비스 질 향상은 물론이다. 여타 분야에 비해 특히 폐쇄적이던 법조계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변호사 업계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기 권리찾기 의식이 높아진 데다 온라인을 통한 법률 지식 습득이 간편해지면서 변호사 못지않은 실력파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고객을 상대하기가 버거워 진것도 사실이다. 법조 타운에만 몰리던 변호사 사무실이 점차 시내 곳곳에 자리잡고, 흔한 사교 모임에서도 어렵지 않게 변호사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의뢰인과 상생할 수 있는 긍정 변화의 시작이다.‘온라인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김영곤 논설위원

김영곤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