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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준 장군 동상과 춘향 영정

권순택 논설위원

삽화 = 정윤성 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지난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친일 잔재에 대한 청산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정읍 황토현전적지 전봉준 장군 동상과 남원 춘향사당에 봉안된 춘향 영정의 철거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둘 다 대표적 친일 조각가인 김경승과 친일 화가인 김은호의 작품으로서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1987년 군사정권 시절에 김경승이 제작한 전봉준 장군 동상과 배경 부조 시설물은 동학관련 단체와 역사학계에서 보국안민과 척왜양창의를 기치로 나선 동학농민혁명의 정신과 의미를 퇴색시켰다면서 철거를 요구해왔다. 동상의 모습도 격문을 든 몸체와 죄인처럼 맨상투를 튼 머리의 형체가 서로 부조화를 이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미술평론가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1988년 ‘샘이 깊은 물’ 기고에서 “로댕 작품의 전형적 아류인 기념조각 같다. 녹두장군의 옷 주름이 마치 인천 맥아더 동상의 날 선 군복 바지 주름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정읍시와 시의회는 전봉준 장군 동상 재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모금운동에 나섰다. 문화재청으로부터 전봉준 장군 동상 철거를 위한 현상변경 허가 승인을 받아 지난 13일 황토현전적지에 서 있는 동상을 철거했다. 또한 전국 공모를 통해 동학농민군 행렬을 형상화한 작품인 ‘불멸, 바람길’을 내년 5월 11일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에 맞춰 다시 세워진다.

남원 춘향사당에 봉안된 춘향 영정도 20여 년 전부터 시민사회단체와 기독교·불교단체에서 철거를 강력히 요구해왔었다. 이들은 “춘향은 민족적 절개의 상징이자 황산대첩과 남원성전투 등 반일 구국항쟁의 정신이 서려 있는 남원의 상징적 얼굴로서 반민족적 작가가 그린 영정을 모시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반대해왔다. 그동안 미동도 하지 않던 남원시는 친일 잔재 청산 작업이 본격화되자 지난해 9월 김은호 화백의 작품을 60년 만에야 철거했다.

애당초 광한루 춘향사당에는 강주수 화가의 춘향영정이 1931년 제1회 춘향제부터 1962년 제32회 춘향제까지 봉안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1961년 송요찬 내각수반이 외국 관광객들에게 춘향을 더 예쁘게 보여야 한다면서 젊고 예쁜 초상화로 대신할 것을 지시하면서 김은호의 작품으로 교체됐다.

남원시는 춘향 영정 철거 후 1년이 다 되도록 춘향사당의 영정을 비워놓고 있다. 남원시는 고증작업과 공모를 통해 새로운 영정을 제작할 계획이지만 시민단체에선 향토박물관에 보관 중인 최초의 영정으로 교체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친일작가 작품을 철거하는 데 60년이 걸렸지만 빈자리에 영정을 모시는 일은 너무 미적거리지 않았으면 한다.

권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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