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 논설위원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올 추석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길거리는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현수막 선거전은 뜨거웠다. 도시는 물론 농촌지역까지 어김없이 선거용 플래카드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광역·기초의원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 출마예정자까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제히 얼굴 알리기용 현수막을 길거리 곳곳에 내걸면서 플래카드 홍수사태를 맞았다. 심지어 전주지역에는 농협조합장까지 얼굴 사진을 넣은 현수막을 게시해 보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현수막은 교육감 입지자들이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 입지자는 자기 지역에만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교육감 출마예정자는 전북 243개 읍·면·동 전역에 부착해야 하다 보니 가장 많은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인구가 적은 지역은 많지 않지만 도심지역은 주요 교차로나 길거리마다 덕지덕지 내걸다 보니 온통 현수막뿐이다. 현수막도 지정 게시대에 걸린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신호등이나 가로수 가로등 전봇대 등 닥치는 대로 걸어 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는 표지판이나 운전자 시야를 가로막아 사고 위험도 초래하고 있다.
현수막 선거전은 입지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플래카드를 내걸지만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 지방선거 입지자는 자기 지역에만 내걸기에 수십만 원 내지 수백만 원 정도 소요되지만 도내 전역에 내건 교육감 입지자는 한 번 게시할 때마다 수천만 원씩이 들어간다. 이러한 비용 부담으로 인해 지난 설 연휴 때에는 교육감 입지자 7~8명 정도가 플래카드를 걸었지만 이번 추석에는 서거석 이항근 차상철 천호성 황호진 등 5명만 게시하면서 자연스레 후보군도 압축됐다.
지방선거 출마예정자의 현수막 게시는 선거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선거 180일 이전에 정치인의 명절 현수막 게시는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 지정 게시대에 부착하는 현수막 이외는 모두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다. 따라서 선거 입지자의 명절 인사 현수막은 과태료 부과대상이고 즉시 단속 대상이다. 그렇지만 자치단체에선 선거용 플래카드 단속에는 뒷짐만 지고 있어 생계형 현수막 단속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환경단체는 현수막 없는 선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플라스틱 소재의 현수막은 썩지도 않고 태우면 유해물질을 발생하는 데다 처리비용도 막대한 만큼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선 현수막 사용 자체를 안 한다. 대신 선거 부스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기후 위기를 맞아 현수막 선거전 대신 SNS 활용 등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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