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금년 상반기에 다소 주춤하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확산세의 영향으로 우리 경제는 소비 등 내수부문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수출은 작년 11월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금년 9월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전북지역 경제상황도 비슷한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진하였던 전북 수출은 작년 12월 이후 전년동월대비 증가세로 전환하였다. 전북지역의 금년 1~8월 중 누적 수출액은 51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0%나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전북지역의 강한 수출 회복세는 중국, 미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그동안 지연되었던 발주가 재개된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더해 지난해 전북지역 수출이 전국보다 더 큰 폭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북지역 주력 수출품목도 대부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동(銅)제품은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금년 최대 수출품목으로 올라섰다.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이차전지용 동박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북지역의 1~8월 중 동제품 수출액은 93%나 증가하였다. 합성수지도 수출액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합성수지를 원재료로 쓰는 가구와 가전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결과이다. 반면, 2018년 이래 줄곧 수출 비중 1위를 차지했던 정밀화학원료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도내 업체가 생산하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의 수출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전북의 수출 효자품목이었던 자동차도 트럭 등 상용차의 수요 부진으로 수출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전북지역의 주요 수출대상국은 중국, 미국, 일본 등의 순으로 과거와 비슷하지만 대(對) 폴란드 수출 증가는 두드러진 수출지역 변화이다. 폴란드는 LG화학 등 국내외 유수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진출한 국가이다. 이들 기업으로의 동제품 수출이 4배 이상 급증하며 폴란드는 전북의 5대 수출대상국으로 부상하였다.
이와 같은 전북지역 수출의 빠른 증가세는 긍정적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나 한국GM 군산공장 등이 활발하게 조업중이던 2010~13년 전북의 수출금액은 매년 100억 달러를 넘었다. 당시 GRDP 대비 수출 비중은 33%에 달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10여년 전에 비해 수출금액이나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반으로 하락한 수준이다.
전북지역 수출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존 수출 품목이나 대상국에 안주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과 산업지형이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해야 한다. 최근 동(銅)과 합성수지 제품 비중이 증가하는 등 수출 품목과 대상국이 다변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앞으로도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 등을 고려할 때 양호한 수출 증가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수출에서 불어온 훈풍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도내 수출기업들이 식품·탄소·수소 산업 등 새로운 전략산업과 연계하여 신성장동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조치 또한 필요할 것이다. /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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