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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실추한 전북도의회

권순택 논설위원

삽화=정윤성 화백
삽화=정윤성 화백

전북도의회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제11대 도의회처럼 의장들의 잇따른 추문으로 인해 스스로 위상을 깎아내린 적은 유례가 없다. 지난 1991년 부활한 전북도의회가 제4대 김철규 의장을 비롯해 이창렬·김규섭·이강국·김진억·허영근·김병곤·정길진·고석원·김희수·김용화·김호서·최진호·황현·김영배·양용모 의장 등 10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16명의 의장이 거쳐 갔지만 재임 중에 큰 구설이나 비위에 연루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11대 도의회에 들어서 현직 의장이 뇌물수수나 갑질 횡포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스스로 의회 위상을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 여행업체로부터 뇌물수수에 따른 대법원 확정판결로 지난 10월에 의원직을 상실한 송성환 의원은 11대 전반기 의장 때 범죄혐의로 기소되면서 파문을 낳았다. 도의회 일각에서 의장직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의사 진행을 못하게 하는 징계 권고 수준으로 어정쩡하게 봉합했다. 이마저도 의장 임기 만료 전에 명예회복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로 1년여 만에 의사봉을 다시 잡게 했다. 의장 개인의 명예를 위해 전북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의 위상을 스스로 내팽개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전임 도의회 의장의 비위 낙마와 관련, 후임 송지용 의장이 도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개인의 일탈이기는 해도 도의회는 이 문제에 대해 엄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도민들에게 대단히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윤리특별위원회가 강화되는 만큼 지속해서 의원 교육을 하고 시대정신에 맞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송 의장의 도민과 다짐은 보름도 안 돼 빈말이 되고 말았다. 지난달 10일 본인의 갑질 횡포 논란이 터지면서 도의회가 다시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것도 도민 대의기관의 수장과 도의회 사무처를 대표하는 사무처장 사이에 막말 폭언 파문이 불거지면서 의회 위상은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그동안 도의원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갑질 행태는 간간이 드러났었다. 라면 끓이는 일부터 인사 청탁이나 물품 구매, 사업 선정 압력 등이 종종 드러나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북도민과 도의원을 대표하는 도의회 의장이 갑질 횡포의 당사자로서 구설에 오른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도의회 위상은 스스로 목에 힘준다고 세워지는 게 아니다. 의장과 도의원 38명 개개인이 도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더 낮은 자세로 섬기고 헌신할 때 의회 위상은 저절로 곧추세워진다.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는 불변의 진리를 되새겨야 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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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st@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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