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일 새벽, 군부 쿠데타로 혼란에 빠져 있는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 도심 곳곳에서 ‘우리의 혁명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양곤 뿐 아니었다. 새해 첫날부터 미얀마의 전국 각지에서 반군부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 구호에는 ‘민주주의 회복, 시민 불복종 운동 유지, 군부 운영사업 불매운동 지속 등의 행동강령이 더해졌다. 군부의 쿠데타에 맞서 시민들이 다시 일어섰지만 미얀마의 상황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더 안타까운 것은 10개월이 지나면서 국제적인 관심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기준,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일 군부의 쿠데타 이후 항의시위와 군부의 강경진압으로 지금까지 1435명이 사망하고 1만 1337명이 체포되거나 처벌됐다. 지난해 연말에는 반군부 인사들이 집중적인 탄압을 받았다. 반군부 세력과 연대하거나 협조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 조치로 60명이 넘는 민주주의 민족동맹 소속 정치인과 반군부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반체제 시위에 참여하거나 지원한 연예인들도 중노동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성탄절을 앞두고는 한 마을에서 불에 탄 민간인 시신 35구가 발견되는 충격적인 사건도 일어났다. 군부 독재의 탄압과 만행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돌아보면 미얀마의 현대사는 식민지와 군부 독재, 그에 대항하는 민주화 투쟁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1988년 8월 8일 미얀마 국민들이 떨쳐 일어났던 8888항쟁 이후에도 미얀마의 봄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과 전역에 내려진 비상사태, 내전위기에까지 이른 군부와 반군의 대치 상황에 놓여 있는 미얀마 국민들의 참혹한 현실은 그래서 더 안타깝다.
반가운 풍경이 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연대의 움직임들이다. 그중에서도 미얀마의 처참한 현실을 알리고 돕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북작가회의 시인들의 연대가 빛난다. 미얀마 시인들과 교류하며 수십 편 시를 발표했던 전북작가회의가 이번에는 시집을 출간한다. 이른바 ‘미얀마 연대시’다. <붉은 꽃을 내 무덤에 놓지 마세요> 란 제목의 시집에는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시인들’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22명 작가가 참여한 이 시집은 세계인들이 읽을 수 있도록 미얀마어와 영어로 번역된다. 시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이 연대의 길에 참여할 수 있다. 후원과 투자 형식으로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 을 통해서다. 붉은>
소설가 김병용은 참여한 글에서 이렇게 묻는다. “유 씨(You see), 지금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그렇고 보니 연대의 힘을 함께 키워가는 길, 그리 어렵지 않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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