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 24만7077표. 3.9대선은 대선 역사상 가장 근소 표차 기록(1997년 김대중-이회창 1.53% 39만557표)을 갱신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으로 전환시켰다.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논리는 정치에도 어김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동력 넘치던 그 좋은 시절을 정쟁으로 까먹고 정치 신인에게 국정을 넘겼다. 정권이 교체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이상이 좌파나 진보보다 앞서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고 한 철학자(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지적이 통렬하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다 보니 그 안에 빠진 거라는 것이다.
“날씨는 완연한 봄인데 어쩌면 민주당은 겨울로 들어갈지 모르겠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0.73% 차이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단순히 숫자상으로만 인식한다면 민심 이반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내부 분열, 계파 싸움이 가장 큰 적이다. 이것 하나만 극복해도 복원력을 되찾을 수 있다.
눈 앞에 닥친 당장의 관심은 새 정부에서의 전북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있다. 새만금국제공항 조기 착공, 새만금 특위 대통령 직속 설치, 새만금 특별회계 설치,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 및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 등이 윤 당선인의 공약이다. 국제 태권도사관학교와 전북 스포츠종합훈련원 건립, 지리산·무진장 연계 휴양관광 벨트 조성,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도 눈길을 끈다.
새만금 메가시티나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인프라가 얼마나 확충되느냐에 달린 문제이고, 새만금 특별회계 설치는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기재부 반대로 무위로 끝난 사안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2024년 착공, 2028년 완공이지만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동시 추진하면 1년 정도 앞당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역대 정부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공약이 제대로 이행된 경우는 별로 없다. 빌 공자 공약(空約)이 태반이다. 관건은 새 정부에 전북의 인적 자원이 얼마나 포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정책과 공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이 최우선 숙제라고 하겠다.
첫 시금석이 새정부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인데 인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 힘 내부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인수위에 지역균형발전 특위가 설치된 것은 다행이다. 종전의 균형발전정책인 메가시티 구축은 수도권에 대응할 초광역권 구축이 핵심인데, 공룡 수도권을 슬림화할 대책도 없거니와 광역시가 없는 전북 강원 제주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를 보완 또는 대체할 새 균형발전정책을 인수위가 내놓길 기대한다.
또 하나는 우호적인 정치환경이다. 그 잣대가 지지율이다. 윤 당선인에 대한 전북의 지지율은 14.4%였다. 전남(11.4%) 광주(12.7%)보다 높지만 우호적인 정치환경으로 보기 어렵다. 전북의 향후 지역정책 입지가 좁아 보인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약속은 화려하다. "호남 내에서 더 이상 '전북 홀대론'이 나오지 않도록 전북의 경제발전을 앞당기겠다" “전북의 변화, 확실히 책임지겠다” “지지율이 높게 나오건, 낮게 나오건 호남을 챙기겠다”
선거 발언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먼저 허공에 날릴 일도 아니다. 세상에 드러낸 약속이다. 0.73%의 격차는 협치와 통합, 포용과 배려를 경고한 수치다. '전북홀대론'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약속의 진정성 검증은 이제부터다. 지켜 볼 일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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