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가 국내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했다. 성중립 화장실은 ‘남자와 여자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장애인 등 모두가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으며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설명이 더해지지만 우리나라는 시작하는 단계. 성공회대의 성중립 화장실 설치가 주목받는 이유다.
‘모두의 화장실’ 또는 ‘혼성화장실’로도 불리는 성중립 화장실은 칸마다 잠금장치는 물론, 양변기와 함께 세면대를 갖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표지판에는 여성과 남성, 유아를 동반한 사람, 장애인 등 기존의 화장실에서도 익숙한 그림문자에 치마와 바지를 반반씩 입은 사람 그림이 함께 있다. 성소수자들도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란 표지다. 그렇다고 해서 성중립 화장실이 성소수자만을 배려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과 사회적 역할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새롭게 변화한 사회적 환경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불평등을 없애고 모두에게 ‘안전한 화장실’을 만들자는 것이 취지다. 다시 말하자면 높아진 인권 의식의 결실이다.
사실 미국과 북유럽 등에서는 이미 여러 해 전에 성중립 화장실 설치 정책이 만들어졌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 최초의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면서 ‘생물학적 성이 아닌 각자의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만들어 ‘성중립 화장실 설치’를 확산시켰다. 모든 공공건물에 성중립 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주(캘리포니아주, 2017년)도 생겨날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 정책을 폐기했으나 바이든 정부는 다시 복원했다. 북유럽 또한 이미 성별 구분이 없는 공중화장실이 대세이고 아시아권에서도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몇몇 공공기관과 시민단체가 설치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더해지고 있는 시작 단계다. 불법 촬영이나 성추행 등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제기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거쳐 탄탄한 대안을 찾아내면 해결될 일이니 성중립 화장실이 일상에 정착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는 정책의 바탕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사회에 있다. 평등한 사회는 사회의 구조적인 억압과 차별을 먼저 없애야만 이를 수 있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여가부 폐지’ 논란이 뜨겁다. 폐지를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정책이 ‘남녀를 편 가르기 하는 차별 정책’이라는 것이다. ‘공정’과 ‘정의’와 ‘공평’을 내세운 새 정부에게 묻고 싶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은 정말 없어졌는가./김은정 선임기자
[전북일보=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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