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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스토킹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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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익산의 중요한 역사문화 자산으로 꼽히는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가 이달 초 인천의 한 여성인권단체가 게시한 스토킹 처벌법 캠페인 동영상에 등장했다. 동영상 속 선화공주는 스토킹 피해자, 서동은 스토킹 범죄자가 됐다. 이 여성인권단체가 게시한 다른 스토킹 처벌법 캠페인 동영상에는 선녀와 나무꾼 편도 등장한다. 역시 선녀는 스토킹 피해자, 나무꾼은 스토킹 범죄자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서동 설화가 스토킹으로 표현된 이후 익산이 발끈했다. 백제 30대 무왕의 어린 시절인 서동과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는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러브 스토리로 전해오며 매년 열리는 서동축제의 기반이 되고 있는 익산의 대표적 역사문화 콘텐츠다. 동영상 게시이후 지역사회에서는 곧바로 소중한 역사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훼손하고 익산의 도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해당 여성인권단체는 문제가 제기된 이후 동영상을 삭제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주목할 부분은 논란을 부른 동영상 아이디어가 대학생들에게서 나왔다는 점이다. 부산대 학생 4명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 광고계열사인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지난해 7월 경찰청과 함께 진행한 스토킹 처벌법 캠페인 아이디어 공모에 ‘다시 쓰는 전래동화’를 콘셉트로 한 아이디어를 제출해 대상을 받았다. 선녀와 나무꾼이 사례였는데 서동 설화까지 스토킹 동영상에 담겼다.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작하다 보니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동영상 제작업체의 해명이 있었지만 전래동화인 선녀와 나무꾼, 서동 설화를 스토킹 관점에서 바라본 MZ세대의 사고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10대 후반에서 30대 청년층을 칭하는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신세대다. 스토킹 캠페인 아이디어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선녀 입장에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였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MZ세대의 색다른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 정치인 발굴에 나서고 있는 지역 정치권에서도 들린다. ‘의원님’이란 호칭을 듣는 것이 거북해 출마를 기피하거나, 부모뻘 되는 공직자들로 부터 보고받고 대접받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정치권 진출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방정치 개혁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주저하는 셈이다.

지난 8일 마감된 민주당 전북도당의 지방선거 후보자 공모에 청년은 44명으로 전체 후보자 446명의 9.8%에 그쳤다. 여성·청년 가점과 정치신인 가점 등 파격적 혜택을 부여하고 여성·청년 30% 이상 공천을 약속해도 인재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MZ세대의 스토킹과 정치 인식은 이들의 단선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생각은 자유롭게, 표현은 신중하게, 행동은 과감하게’. 미래 사회를 이끌 MZ세대가 성숙과 발전을 위해 생각해볼 대목이 아닐까 싶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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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스토킹 #서동설화 #선녀와 나무꾼 #지방선거 #청년후보
강인석 kangi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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