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 당선인 가운데 주목받는 인물 중 한 사람이 순창 오은미 도의원 당선인(56)이다. 그는 도내 36곳의 도의원 지역구 중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아닌 유일한 당선인으로서 화제를 모았다. 지역정서가 강한 농촌지역에서 그것도 진보당 후보로서 당선의 영예를 안아 더 의미 있는 승리가 아닐 수 없다. 그가 얻은 득표율은 55.92%, 9977표로 민주당 후보를 12%포인트 가까이 따돌렸고 군수 당선인보다도 600표 정도 더 얻었다. 3선 도의원이 된 오 당선인은 지난 2006년 비례대표로 8대 도의회에 진출한 이후 2010년 9대 땐 지역구로 나서 당선됐었다.
오은미 당선인이 민주당 바람을 잠재우고 당선증을 거머쥔 동력은 30여 년간 지역주민과 함께 농사도 짓고 농민의 권익을 위해 헌신해온 진정성이 통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농민이 사람답게 살고 존중받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농민운동에 발을 내디뎠다. 여성농민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전북여성농민회 회장으로서 단체를 이끌고 있다.
처음 진출한 8대 도의원 때 밭농사에도 직불금을 주도록 논밭 직불금 지원 조례를 대표 발의해서 제정했다. 그러나 전라북도에서 1년 넘도록 예산 편성을 하지 않고 미적거리자 21일간 단식 투쟁에 나서 예산 책정을 관철해내는 뚝심을 발휘했다. 전북도의 논직불금 지원 예산도 60억 원에서 200억 원대로 대폭 늘리도록 했고 농민수당 도입에도 발 벗고 나섰다. 농민수당조례 제정 주민청원 공동대표로서 2만 명에 달하는 도민 서명을 받아 도의회에 제출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전북도에서 전국 최초로 농가당 연 60만 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엔 순창군의 순세계잉여금 주민환원운동도 앞장섰다. 순창군에서 매년 쓰고 남는 예산이 200억 원에 달하자 이를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지역민에게 돌려주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순창군은 예산에 미리 반영했다면서 거부했다. 이에 오 당선인은 긴급재난지원금 30만 원 추가 지원 공약을 내걸었고 군수 후보들도 같은 내용을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자 순창군에서 추경 예산을 세워 군민 1인당 50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오 당선인은 다시 의정활동에 임하면서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소멸 위기 지역 수당을 신설해 연간 120만 원을 지급하고 농민수당도 연간 240만 원으로 늘려서 돌아오는 농촌, 사람 사는 농촌을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다. 힘들고 어려운 농민운동과 진보 정치의 외길을 걸어온 오 당선인의 앞으로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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