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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변호사의 고충

지난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앙심을 품은 방화범으로 인해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들이 한 사무실 안에서 숨졌다. 반드시 동종업계가 아니더라도 착잡한 마음을 숨길 수 없겠지만, 업계의 입장에서 변호사의 고충을 적어보고자 한다. 

문득 필자가 변호사 개업을 할 무렵, 선배 변호사분께서 변호사 방에는 반드시 외부로 통하는 비상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불만을 품은 누군가 휘발유를 들고 올지, 칼을 들고 올지 모르고, 그래서 도망갈 문이 필요하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다. 

기사를 찾아보니 과거에도 변호사에게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지르거나 흉기를 들고 위협한 사건은 종종 있었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호의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겠냐만, 주기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보면 변호사는 몸조심을 해야 하는 직업이었다. 

필자가 변호사란 직함을 가진 지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경험을 적어보자면, 변호사가 누군가를 만족시키긴 어렵다. 먼저 사건의 결정은 재판은 판사가, 수사는 경찰 또는 검찰이 한다. 실제 변호사는 판단과 결정을 하기보다 그저 의뢰인을 거들 뿐이다. 그럼에도 결과에 대해 가장 직접적인 원망을 듣는 대상이다.

다음으로 사건의 결과가 변호사에게 달려있지 않기에 보통 당사자는 변호사 선임 후에 사건이 잘 되면 원래 잘 될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잘 되지 않으면 변호사 탓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지식이나 말을 매개로 하는 서비스의 대가로 돈을 준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결국 사건이 끝나면 변호사가 뭐한 게 있는데 돈을 그렇게 받아 가냐는 원망을 듣기 쉽다. 

변호사는 이래저래 좋은 소리 듣기 어려운 직업이다. 화재 사건 이후 필자의 처는 필자의 사무실에 비상구가 있는지, 쪽문이 있는지 물었지만, 사실 도망갈 문은 따로 없다. 그저 가급적 누군가의 원한을 사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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