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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외국인 노동자 ‘명절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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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모처럼 만에 명절 연휴 고향의 정취를 듬뿍 안고 삶터로 돌아온 우리와 달리 이역만리 고향을 두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코리아 드림을 꿈꾸며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이들의 명절은 기쁨보다는 고통과 외로움이 훨씬 뼈저리다. 차라리 쉬지 않고 일터에서 근무하면 식사라도 해결되지만 연휴엔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 이들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한 가족이 된 지 오래됐지만 명절 때는 여전히 이방인 신세가 된다.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재감을 뽐내는 이들 노동자에 대한 가족 공동체 의식이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평소 외국인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몰려 다니는 걸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명절이나 휴일 식당은 물론 상가, 커뮤니티 공간도 문을 닫은 데다 영화관은 언어 소통 문제로 꺼려 하면서 갈 곳이 마땅치 않다. 관광지에서 이들 숫자가 늘어난 것과 일맥상통한다. 가끔 논란을 빚는 불법 체류와 인권 유린 등 그들을 둘러싼 잡음도 결국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음을 웅변한다. 최근 산업현장의 재해 희생 사고가 급증한 것도 이런 현실과 맞닿아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일손이 가장 절실한 곳에서, 그리고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피땀을 흘리는 이들 노동자들의 사회 안전망 관리가 절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을 비롯해 노동 인력의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2019년 기준 전문 인력과 단순 기능인력 등 취업 자격을 갖춘 인력만 우리나라에 56만 7261명이다. 비공식 통계 인력까지 합치면 이보다 몇 배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들 대부분은 고향에 있는 부양가족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고단한 삶을 버텨내고 있다. 서독 광부와 간호사, 중동 건설 근로자 파견을 통해 가난 탈출을 꾀했던 1960, 70년대 우리 처지와 엇비슷하다. 그러나 이방인 신세로 이들이 겪어야 하는 ‘명절 증후군’ 은 글로벌 다문화 시대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다. 그에 대한 책임 또한 비껴갈 수가 없다.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 경제를 지탱해주는 산업현장의 필수 인력이다. 정부가 코로나 이전 인력 수급을 위해 연말까지 5만 명을 포함해 올해 8만 500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팬데믹 이후 심각해진 인력난 해소를 위한 긴급 조치인 셈이다. 그만큼 노동 현장에서 차지하는 이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며, 이같은 추세는 갈수록 심화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아직도 외국인 노동자의 피부 색깔과 생김새 따라 편견을 갖는 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100년 만에 가장 둥글다는 이번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문득 다양한 접촉을 통해 매일 일상을 공유하는 그들이야말로 ‘이웃 사촌’ 이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김영곤 논설위원

김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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