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비수도권, 그리고 도시와 농어촌 간 ‘삶의 질 격차’가 심각하다. 문화와 보건·의료, 교육·보육 등 필수 기반시설 접근성에서 지역 간 격차가 두드러진다. 인구절벽 시대, 사람과 재화가 수도권에 몰리는 이유다. 역대 정부가 균형발전을 외쳤지만 지방도시의 소멸시계는 갈수록 빨라진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간 ‘삶의 질 격차’를 줄여야 한다.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격차 해소가 우선이다.
국회 최연숙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최근 5년 기준)에 따르면 전북지역 중증응급환자의 54.5%가 적정시간(골든타임) 내에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지역의 의료접근성이 낮은 탓이다. 농촌 주민들은 대도시에 비해 응급실과 산부인과 등의 의료서비스에 신속하게 접근하기 어렵다. 의료기관뿐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도 지역 불균형이 심각하다. 이러다보니 응급환자 사망률도 시·도별 편차가 뚜렷하다.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농어촌지역 주민이 수도권 주민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지역간 극심한 의료격차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의료서비스의 지역격차 해소를 위해 지난 2018년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폐교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원을 활용해 남원에 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해 공공의료 전문인력을 집중 양성하겠다는 방안도 종합대책에 포함됐다.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와 함께 전북 동부산악지역의 열악한 의료서비스 여건을 개선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정책은 용두사미에 그쳤다. 당초 올해 개교하기로 했던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방안도 정부가 미온적 태도로 돌아서면서 기약이 없다. 윤석열 정부가 주요 국정목표로 내놓은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는 삶의 질과 직결된 지역간 의료 격차를 줄여야만 가능하다. 지방이 죽어가고 있다. 실효성 있는 공공의료 강화 정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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