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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월드컵과 전주완산을 재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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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카사블랑카〉는 지금부터 꼭 80년전 미국에서 만들어진 매우 유명한 영화다. 주인공은 당대 최고의 스타인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 등이다. 카사블랑카는  ‘하얀 집’이라는 뜻인데 영화의 배경은 제2차대전때 프랑스령 모로코의 항구도시 카사블랑카이다. 모로코 수도는 사실 라바트 라는 곳인데 카사블랑카로 아는 이들도 많다. 영화 배경이나 휴양도시로서의 높은 지명도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모로코는 한때 자신들을 식민통치했던 프랑스와 조우하게 됐으니 참으로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다. 1930년 제1회대회에서부터 지금까지 무려 92년 동안 계속된 월드컵에서 유럽이나 남미가 아닌 나라가 4강에 진입한 경우는 단 3번밖에 없었다. 1930년 첫대회에서 미국, 2002년 대한민국, 2022년 모로코 등이 그 주인공이다. 꼴찌의 반란이나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게 이렇게 어려운 것임을 새삼 깨닫게된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호남과 영남의 특정정당 독식구도 하에서 소위 지역내 비주류 정당의 설자리가 얼마나 좁은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전북에서 치러진 총선이었다. 1985년 12대 총선때까지는 집권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중선거구제여서 동반당선됐다. 그런데 1987년 직선제 대선 이후 치러진 1988년 13대 총선부터는 민주당 독식 구도가 계속됐다. 당시 군산 고건, 남원 양창식, 진무장 전병우, 김제 조철권 등 지명도 높은 인사들이 나섰지만 황색돌풍은 매서웠다. 1992년 14대 총선때는 남원에서 양창식, 진무장에서 황인성 후보가 민자당 간판으로 당선됐으나 남원의 경우 민주당 조찬형, 무소속 이형배간 3파전 구도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진무장 황인성 당선자는 지역정서와 더불어 상대적 약체인 오상현을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1996년 15대 총선때 군산시을에서 신한국당 강현욱 후보가 당선되는 기염을 토해냈으나, 이후 민주당과 대척점에 서 있는 정당 후보가 당선되는데는 무려 20년이 더 걸려야만 했다. 2016년 20대때 전주시을에서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가 민주당 최형재, 국민의당 장세환과 3파전을 벌여 당선된 것이다. 2000년 16대때 남원순창 이강래는 무소속으로 당선됐고, 2008년 18대때 완산갑 이무영, 정읍 유성엽 후보는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나 이들은 모두 공천을 받지 못했을뿐 친 민주당계 후보였다. 2020년 21대때 남원임실순창 이용호 후보 역시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나 당시 그는 친 민주당계 후보였다. 내년 4월로 다가온 전주 완산을 재선거는 작아 보여도 정치적 함의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지역정가에서는 과연 정운천 도당위원장으로 대변되는 국민의힘 후보가 임정엽, 최형재로 예상되는 친 민주당계 무소속 후보와 어떤 승부를 보일지 초미의 관심사다. 집권여당이지만 전북에서는 지극히 세력이 약한 국민의힘 후보가 과연 모로코처럼 꼴찌의 반란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한계에 봉착할지 지역민들이 주시하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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