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자존 회복을 위해 추진된 전라도천년사가 출간을 눈앞에 두고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로 중단되었다. 이 과정에서 전북도의 미숙한 행정이 오히려 역사왜곡을 부추긴 결과를 초래했다. 자존 회복이 아닌 망신살만 뻗친 셈이다. 전라도천년사는 전라도 정명(定名)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라북도와 광주시, 전라남도 등 3개 광역자치단체가 올해까지 5년에 걸쳐 추진해온 역사 기록 프로젝트다. 집필진만 213명에 이르며 예산도 24억원이 투입되었다. 총서 1권과 통사 29권, 자료집 4권 등 모두 34권에 달하는 방대한 지역 역사서가 전국 최초로 완성된 것이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된 전라도천년사가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전라도오천년사 바로잡기 전라도시민연대'라는 단체가 식민사관에 근거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핵심은 전북 남원시의 옛 지명을 일본서기에 나오는 ‘기문국’(己汶國)으로, 전북 장수군을 ‘반파국’(伴跛國)으로, 전남 해남군을 ‘침미다례’(忱彌多禮)로 썼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용어는 임나일본부설을 설명하는 용어라는 것이다. 나아가 이들은 현 집필진을 배제한 재검증위원회를 설치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류학계와 편찬위원들은 임나일본부설은 한국과 일본 학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폐기된 학설이라고 반박한다. 또한 ‘기문’이라는 표현은 일본의 최초 사서인 ‘일본서기’ 외에도 6세기 중국 양나라 때 제작된 사신도 ‘양직공도’ 등에도 명시돼 있어 식민사관에 기초한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둔 가야고분군과 관련해 학계와 남원시가 ‘기문가야’ 표기의 정당성을 인정한 만큼 시민단체의 주장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민단체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여 책자 발간을 중단함으로써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점이다. 시민단체가 김관영 지사의 퇴진을 주장하자 곧바로 꼬리를 내린 꼴이 되었다. 5년동안 수많은 전문가와 돈이 투자돼 진행된 사업이 전문가의 참여 없는 행정의 섣부른 판단으로 미궁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의 주장이 유튜브 등 매체를 통해 확산됨으로써 전라도민이 폄하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전문학자들이 참여해 논란을 종식시켰으면 한다. 이번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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