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밸리(1469~1527)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유능한 관료였다. 피렌체 공화국의 제2서기국장으로 관료생활을 시작, 14년간 재임했다. 외교와 군사에 정통했고, 그의 관심은 ‘국정의 기술’이었다.
이탈리아 피렌체는 봉건적 정치질서가 끝나고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를 형성하던 시기 주변국들한테 짓밟히고 유린 당했다. 정치권의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 황폐한 상황이었다.
마키아밸리에겐 이런 시대상황과 정치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였고 이걸 해결하기 위해선 강력한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강력한 정치지도자 즉 군주의 덕목은 ‘여우처럼 사자처럼’이다. 여우는 명민한 지성, 사자는 강력한 무력을 의미한다. 군주는 이 두가지가 결합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전북은 추동시켜야 할 목표가 높다. 반면 이를 실현시킬 토양은 척박한 것이 현실이다. 정치역량과 인적 물적 인프라, 대내외적 존재감, 지리적 여건 등은 매우 취약하다. 나아가 지역폄훼나 외부의 흔들기, 우리 몫의 박탈 등 현저한 불이익 현상이 벌어질 때 제대로 된 대응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북에 예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경남에 넘겼을 때도 그렇고, 전북 것인 국립 남원공공의대가 공중에 떠다녀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산하의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설이 또 도졌다. 대통령실 회의 직후 나왔다.
한술 더 떠 서울이전 대화 도중 전주가 소 냄새, 돼지우리 냄새가 나는 지역으로 매도됐다. 공영방송의 공론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과거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근거 없이 보도한 그 내용이다.
광주나 대구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묻는 도민이 많다. 과거에도 불거졌던 서울 이전설, 전북이미지를 먹칠하는 지역폄훼 발언이 왜 반복되는 걸까. 우리 탓이 크다. 치이고 우롱당해도 멀뚱멀뚱 하거나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짓밝히고 유린 당하는 것이다.
마키아밸리는 어중간한 관용의 위험을 경고한다. 그가 살아있다면 ‘저항의지를 상실할 만큼 잔혹하게 제압해야 한다’고 말할 것 같다. 토끼 한 마리를 물어 죽이는 사자처럼.
‘여우처럼 사자처럼’은 존재감이 없는 전북, 모두는 아니지만 물러 터진 전북 정치인들한테 절실한 덕목이다. 지역발전, 도민이익과 관련해서는 여우처럼 교활할 정도로 영리하게 대응하고 실리를 좇아야 한다. 불이익엔 사자처럼 잔혹성을 띠어야 한다.
사실무근 발표라든지, 사과 한마디 한다고 해서 없던 일로 치부하는 건 좋은 해법이 아니다. 끝까지 추적해서 근원을 밝혀내고 발언의 의도성과 위험성을 적시해 책임을 묻는 사자 같은 잔혹성을 보일 때 반복되지 않는다.
이걸 게을리하면 무서움을 느끼지 못하고 얕잡아 보게 돼 또 멸시 당한다. 앞으로도 어떤 현안이 도져 홍역을 치를지 모른다.
과거엔 어떤 불이익 현안이 발생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치권의 으름장도 많이 있었다. 헌데 근래에는 이런 으름장마저 찾기 어렵다. 문제의식이 없거나 방법론을 놓고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아니면 도민눈높이의 정치의식이 아예 없든지.
전북 정치인이 지향해야 할 ‘전북경영의 기술’은 ‘여우처럼 사자처럼’이어야 할 것 같다. 지역발전과 도민이익 앞에서 침묵하고 흥분하지 않는 전북을 누가 예우해 주겠는가. ‘군주론’의 마키아밸리를 소환하는 이유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