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생태하천 복원의 전국적 모델로 벤치마킹 대상이 됐던 전주천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0여년 전과 반대로 이번엔 지자체에 비난이 쏟아진다. 전주시가 여름철 호우기를 앞두고 전주천·삼천 둔치에 자생하는 수목과 억새 등을 한꺼번에 잘라낸 게 발단이다. 환경단체에서는 ‘전주의 역사와 추억이 나무와 함께 쓰러졌다’며 생태하천 지키기 서명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환경단체와 시의원들은 “전주시가 전주천·삼천의 경관과 생태계를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하천 경관보다 시민 안전이 우선이다. 둔치에 늘어선 아름드리 나무가 집중호우 때 물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 또 폭우와 강풍으로 뽑혀 나간 나무가 교각에 걸려 홍수 피해를 키울 가능성도 높다. 전주시민들은 근래 전주천·삼천의 범람 위기를 수차례 겪었다. 폭우가 지난뒤 하천 부지 곳곳에 수북하게 걸려 있는 나뭇가지와 부유물도 목격했을 것이다. 전주천‧삼천 둔치는 언제부턴가 수목과 갈대‧억새가 우거진 숲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곳에서 고라니와 오소리·삵·뱀 등 육상 야생동물이 번식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자연성 회복’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물가에 아름드리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숲을 이루고 이 곳에 육상 야생동물이 무더기로 서식하는 하천을 자연형하천이라 할 수 있을까?
사실 도심 생태하천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전주천의 현안은 따로 있다. 바로 하천의 흐름을 막아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는 보(洑)다. 전주천의 보는 대부분 20세기 중반에 농업용수 확보 목적으로 설치됐다. 21세기 들어 하천 인근 농지가 속속 택지로 개발되면서 농업용수 확보 기능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도 보는 철거되지 않고 남아 물의 흐름을 막고 있다. 이로 인해 취수보 인근에 오염된 토사가 쌓이면서 심한 악취와 수질오염을 일으켰다.
금학보와 신풍보 등 전주천 하류에 있는 5개의 거대한 콘크리트 보가 생태하천 복원의 걸림돌로 일찌감치 지목됐다. 그리고 2∼3년 전 전주천 취수보 개량사업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수질 개선을 위해 취수보를 철거하거나 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요구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보를 존치해야 한다는 농민회·농어촌공사의 주장이 맞섰다. 결국 생태환경을 감안해 기존 콘크리트 보를 자연형 여울 및 가동보 형태로 개량하기로 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관련 기관에서는 완공된 새 시설물을 ‘자연형 여울’이라 칭한다. 하지만 하천 바닥에 대규모 돌무더기를 완만한 경사로 쌓아놓은 것이니 ‘여울형 보’라는 표현이 맞다.
이 여울형 보가 기존 시설물처럼 생태계를 훼손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2020년 ‘중랑천 자연형 여울 공사를 다시 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새로 설치된 여울형 보가 하천 생태환경을 훼손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시설물을 전면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주천과 삼천 합류지점에 대규모로 설치된 금학보도 최근 여울형 보로 개량돼 눈길을 끈다. 하지만 거대한 구조물이 여전히 물길을 막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형태만 조금 다른 대규모 보(洑)를 다시 만들어놓았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금학보 개량사업은 수십년 동안 거대한 콘크리트 보에 막혀 쌓인 엄청난 양의 퇴적물을 걷어내지 않고 공사를 진행해 애초부터 수질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논란 끝에 지금의 형태로 개량된 전주천 하류의 여울형 보가 하천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는지, 수질개선에 과연 효과가 있는지 조사해 볼 일이다. 새로 설치된 여울형 보가 옛 콘크리트 보처럼 하천 생태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면 시설물 완전 철거를 검토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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