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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농가 고통 방치 말고 쌀값 안정화법 수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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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익산시을)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쌀값 안정화법에 끝내 거부권을 행사했다.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 이후로 약 7년 만에 행사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이다.

작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식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쌀값은 하락에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5일 기준 쌀 20kg의 산지가격은 5만 3,535원에서 4만 2,522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20.6퍼센트나 하락했다. 정부가 처음 쌀값을 조사한 1977년 이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수많은 농가 생계를 책임지는 쌀값의 폭락은, 농업과 농촌의 쇠퇴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또한 인구감소지역 대부분이 농촌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은 농민이 농업뿐만 아니라 농촌 자체를 떠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쌀값 폭락이 농가와 농촌의 연쇄적 고통을 야기하는 상황에서, 민생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더불어민주당은 쌀값 안정화법을 추진하게 되었다. 우선 법안에는 쌀 생산량이 평년대비 3~5% 이상 더 늘어나거나 가격이 5~8%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책이 여기서 그친다면 과잉 쌀 생산이 계속되고 정부는 이를 매입ㆍ비축하기 위한 예산만 낭비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포퓰리즘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이 바로 그러하다.

하지만 쌀값 안정화법은 개정안 시행 후 전년대비 벼 재배면적이 증가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정부가 매입물량 감축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여기에 벼를 재배하는 농민이 밀·콩·옥수수 같은 전략작물로 품종을 전환할 경우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내용까지 추가했다.

이렇듯 민주당의 쌀값 안정화법은 농가의 재배작물 전환을 추진하되, 쌀값이 폭락하여 농업·농촌 침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을 대비하여 최소한의 농가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양곡관리법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시간 끌기와 무조건적인 반대로 일관해왔다. 민주당은 시장격리 의무화 시 정부의 재량권 축소와 벼 재배면적 증가 등을 우려하는 일각의 의견을 반영한 수정안까지 제출했으나, 결국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는 거부권 행사 이유로 쌀 산업의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 심화, 중대한 재정적 부담 등을 들었다. 이는 시장 만능주의를 앞세워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유예하고, 농가의 고통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농민은 생존의 문제로 벼랑 끝에 내몰리는데, 정부는 바라보고만 있겠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은 헌법과 국회법에서 규정한 절차를 준수하여 쌀값 안정화법을 재의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불과 한 달 전, 새 지도부의 취임 일성으로 민생을 최우선으로 앞세운 국민의힘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를 촉구한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과잉 생산된 쌀을 추가 매수해서 쌀값 하락을 막고, 미처 팔지 못한 쌀을 보관하는 비용도 정부가 지원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시장 만능주의를 앞세워 농가와 농촌의 어려움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나서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익산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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