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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상혼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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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역 축제에서 잇따라 불거진 바가지요금 문제는 관광 코리아를 무색케 하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구촌 한 가족’ 이란 용어가 등장할 만큼 관광을 통해 이뤄지는 유무형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요즘에도 이런 병폐가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솔직히 당황스럽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열린 지난 3월 진해군항제에서 바가지요금 논란이 촉발됐다. 어묵 한 그릇 1만 원, 닭발 한 접시 3만 원의 터무니없는 가격에 비난 댓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며 언론의 표적이 된 것이다. 다른 지역 축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가 뒤늦게 국비 지원 전국 86개 축제를 대상으로 대수술에 나섰다. 전북에서도 8개가 포함돼 귀추가 주목된다. 

아무리 축제장이라고 해도 바가지요금은 고객을 속이는 양심 불량 행위다. 흔히 지역 축제서 자릿세를 감안해 웃돈 정도로 치부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단골 상대 업소까지 퍼져 있다는 점이 가히 충격이다. 들키면 ‘봉’을 썼다는 배신감에 손님이 끊길 텐데 그래도 그 유혹을 참지 못한다. 코로나 기간 외국 관광이 막히자 제주도가 바가지요금 때문에 들썩였다. 그 이후 동남아 일본에 국내 관광객이 몰리면서 제주도는 상대적으로 뜸했다. 한 번 낙인이 찍히면 부정적 이미지는 물론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심대한 타격을 입기 마련이다. 

한 해 방문객 1천만 명을 웃도는 전주 한옥마을도 초창기 심한 몸살을 앓았다. 상인들 자정 노력과 함께 자치단체의 끊임없는 계도 활동 끝에 국내 최고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요즘 공기밥 한 그릇에 담긴 ‘엄마표 푸근함’ 이 진한 감동을 준다고 한다. 주변 음식점 중에 큼지막한 밥솥을 놓고 무한 리필이 가능한 업소가 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직장인과 관광객에겐 주인의 넉넉한 인심이 그대로 전달된다. 식당 차림표에 공기밥 추가 1000원이 적혀 있으면 왠지 야박해 보이는 것도 같은 이치다. 무엇보다 속이 상한 건 ‘착한 가게’ ‘착한 가격’ 을 내세워 은근히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업소가 속출함에 따라 ‘진짜’ 착한 가게가 애꿎은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 

어느 유명 치킨 사장의 동반 상생 노력에서 많은 시사점을 배운다. 치킨이 맛있다고 날개 돋히듯 팔리는 상황에서 전국 가맹점을 300개로 못 박았다. 추가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가맹점 수가 적정 수준을 넘으면 기본 마진이 무너져 오래 동행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케케묵은 얘기 중에도 역발상의 서비스를 되새기게 한다. “음식점 주방장이 불만을 품은 주인에게 해코지 하려고 온갖 재료를 몽땅 넣고 요리 했더니 오히려 맛이 있어 부자가 됐다” 는 내용이다.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서비스 정신의 뿌리는 고객을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김영곤 논설위원

김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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