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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 헌 옷의 또 다른 여정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거나 이사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옷장에 잔뜩 쌓인 옷을 정리한다. 그렇게 한 해 국내에 버려진 의류 폐기물만 무려 11만 8386톤이다. 우리가 버리는 '헌 옷', 그들의 최종 정착지는 어디일까? 의류 폐기물의 심각성과 친환경적인 대안이 없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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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아타카마 사막 위성사진=사진 스카이파이 캡처

△의류 폐기물 재활용 무려 1% 미만

지난달 23일, 미국 위성 사진 영상 업체인 '스카이파이'가 공개한 사진이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해당 사진은 '세계의 쓰레기 옷 산'이라고 불리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을 우주에서 관측한 것이다. 사진에 드러난 아타카마 사막은 모래와 암석 등이 뒤엉켜 갈색으로 얼룩졌으며 가장자리는 회색빛의 미세한 알갱이로 뒤덮여 있었다. 많은 이가 이 사진에 충격을 받은 이유는 해당 회색빛 알갱이가 모두 헌 옷이었기 때문이다. 스카이파이 측은 "옷 쓰레기 산 규모가 거대해지면서 이제 우주에서도 의류 폐기물에 대한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심각성을 알렸다.

오랫동안 아시아와 유럽의 중고의류를 수입해 온 칠레는 중남미 최대 중고의류 수입국이다. 매년 5만9000톤의 중고의류가 칠레 북부 이키케 항구를 통해 들어오며 이 중 팔리지 않은 3만 9000톤의 중고의류는 아타카마 사막에 그대로 버려진다. 중고의류는 화학 처리가 돼 있어 사립 매립지 매장은 허용되지 않고 생분해까지 최소 수백 년이 걸린다.

유엔환경계획(PNUE)은 "의류 폐기물 재활용 수치는 단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지금처럼 사람들이 계속해서 대부분의 옷을 그대로 버린다면, 오는 2025년엔 세계 탄소 4분의 1이 패션산업에 소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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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패션/그림=픽사베이

△패스트패션, 의류 폐기물 발생 원인

의류 폐기물이 발생한 원인으로 패션업계 전문가는 '패스트패션'을 꼽는다. 앞서 언급한 아타카마 사막에 쌓인 대다수의 옷도 자라, 유니클로 등과 같은 패스트패션 의류였다. '패스트패션'이란 주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처럼, 변화하는 최신 유행에 맞춰 디자인과 물품이 빠른 속도로 생산 및 유통되는 패션산업을 뜻한다. 패션업계 전문가들은 패션플랫폼이 발전함에 따라 질 낮은 의류들이 무차별적으로 판매되고, 그만큼 버려지는 의류의 양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패스트패션 기업은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한 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이에 패션업계 전문가는 1~2주일 단위로 값싼 가격에 새로운 스타일 옷이 생산되면서 소비자도 의류를 빠르게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한다.

△옷의 생명을 연장하다, 빈티지 옷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른 의류 폐기물. 그러나 옷은 인간의 필수품으로 구매하지 않고 살아가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환경과 새로운 옷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방법은 없을까?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바로 '빈티지 패션'이다. 일상생활에서 빈티지란 잘 숙성된 포도주처럼 오래된 좋은 제품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주로 골동품과 오래된 의류 등을 말할 때 통칭해 사용되며 '오래돼도 가치가 있는 것, 새로운 것'을 뜻한다. 

빈티지 패션이 이름을 알리게 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트렌드는 계속 돌아오기 때문이다. 최근 2~30대 사이에서 지난 2000년대 초반의 옷을 입는 'Y2K' 패션이 유행하는 것처럼, 과거 유행했던 스타일이 오늘날 다시 유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과거의 옷을 그대로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증가하면서, 전국적으로 빈티지 의류매장이 증가했다. 김수연(서울, 23세) 씨는 빈티지 옷을 애용하게 된 이유로 "남들과는 다른 개성 있는 옷을 구매하면서 친환경적인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원래의 형태를 유지한 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제작된 옷을 다시 다른 이가 입음으로써 옷의 수명을 늘리고, 그로 인해 옷이 버려지는 시간을 늦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빈티지 패션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빈티지 옷의 합리적인 가격 형성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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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및 헌옷수거/픽사베이

△중고 거래와 헌 옷 수거로 제테크를

최근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버려질 운명이었던 옷이 제테크의 수단으로도 이용되기 시작했다. 고물가로 인해 지역민들이 옷을 중고 거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 순간 당근마켓, 에브리타임 등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중고의류 판매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에브리타임으로 옷을 자주 구매한다는 전북대생 ㄱ 씨는 "새 제품 구매가와 비교했을 때 가격이 현저히 낮을 뿐더러 학교 근처에서 빠르게 옷을 받아볼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각종 커뮤니티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처분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사설 헌 옷 수거 업체'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청주에 사는 ㄴ 씨는 커뮤니티에 "여름을 맞아 약 67kg의 헌 옷을 정리했다"며 "버려질 옷으로 무게에 따라 돈도 받을 수 있어 굉장히 마음에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옷 수거는 대면과 비대면으로 진행되며 1kg를 기준으로 의류는 300원, 신발은 500원, 가방은 600원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옷은 선별을 거친 후 중고의류를 무게에 따라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동한다.

이처럼 버려질 옷을 재사용하면 자연 효율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때로는 옷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돈을 얻을 수도 있다. 언젠가 버려지게 될 옷에 생명력을 조금 더 불어넣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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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진 전 전북대신문 편집장

/안유진 전 전북대신문 편집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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