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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유휴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사람들, 진안에 새로운 무대를 만들다

써니 Plant의 눈짓, 손짓, 몸짓이 지역문화를 만든다

산업사회의 호황은 우리에게 삶의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도시의 산업화는 농촌을 쇠퇴시키면서 지역사회의 불균형을 야기 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도시의 인구밀집은 농촌의 인구감소로 작용되었고, 많은 청년들이 도시로 이동하면서 농촌은 고령화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이러한 사회변화는 지역이 소멸할 수 있다는 심각성을 인지하게 만들었고, 정부와 지자체는 대응기금을 마련하여 지역사회를 위한 다각도의 정책적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전라북도의 14개 시·군 중 10개 지역은 지역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지자체는 인구정책을 펼쳐 지역마다 인구수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만 좀처럼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에 답을 던져주는 민간의 활동은 지역사회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 문화단체의 자유로운 활동은 그만큼 지역사회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을 살리겠다는 거창한 이론적 담론이 아닌 지역과 함께 새로운 지역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분명 지역을 살리는 일일 것이다. 

지역인구 감소와 산업구조의 변화는 지역사회에 많은 유휴공간을 만들어냈다. 동네마다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는 많은 공간들은 더 이상 쓰임을 찾지 못하고 내버려두고 있다. 어쩌면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이 투입되어야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치된 유휴공간에 생기를 불어 넣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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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진안댄스미디어공연예술제(진안중평굿전수관)/사진=써니Plant 제공

진안군을 무대로 활동하는 ‘써니Plant(대표 김문구, 예술감독 김선이)’는 지역민과 함께 공연문화예술이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모두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기획을 주도하고 있다. 단체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써니(sunny)와 Plant를 합성한 이름은 다양한 예술장르의 사람들과 지역민이 모여 눈부신 햇살처럼 예술활동을 펼치고, Plant의 심고 담아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지역에 다양한 문화예술을 고스란히 담아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써니Plant의 활동이 빛을 발산하는 계기는 ‘진안공간사랑프로젝트’를 통해 진안군의 유휴공간에서 펼친 활동이 지역사회에 새로운 경험으로 파장을 일으키면서 시작되었다. 이 단체의 김문구・김선이 부부는 2013년 연고가 없는 진안군으로 내려와 용담호를 끼고 있는 마을에 터를 잡으면서 현대무용을 하는 부부의 이력에 맞게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무용영상을 촬영하며 새로운 공연예술의 무대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안군은 진안문화의집이 유일하게 극장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공연예술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때 새로운 공연무대로서 눈을 돌린 곳이 유휴공간이다. 진안군  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도 같은 사정이겠지만 휴게소, 창고, 문화공간, 주택 등 다양한 공간들이 방치된 채 숫자가 늘고 있다. 이러한 유휴공간은 써니Plant에게는 좋은 무대로 다가왔다. 2016년 상전면 폐휴게소에서 열린 제1회 진안공간사랑프로젝트는 지역민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지만 이를 준비하는 이들은 전기, 수도, 화장실 등 기반시설이 전혀 없는 사막과 같은 곳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첫 예술제는 신연마을 어르신과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사업을 결과물로 활용한 행사였다. 전국단위 행사로서 손님을 맞아야하기 때문에 준비는 지역민을 비롯해 민․관이 함께 협력하는 사업이 되었다. 

김선이 예술감독은 “면사무소에서 의자와 책상을 옮겨오고, 가족들이 모두 동원되어 수육을 삶고 김밥을 싸고 막걸리를 준비하고 동네 펜션을 예약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유휴공간이 무대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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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농협창고에서 열린 진안댄스미디어공연 예술제에서 참가자가 춤을 선보이고 있다./사진 써니Plant 제공

진안군의 유휴공간에서 펼친 문화예술공연은 2017년 마이산의 마이봉을 배경으로 한 반월제에서 ‘반월제의 반영’과 2018년 진안읍내에 위치한 농협창고에를 활용한 공연이 눈에 띤다. 이 공연은 ‘진안공간사랑프로젝트’의 일환으로서, 미디어와 공연예술, 청소년과의 공동작품,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 크다. 이들이 유휴공간에서 예술제를 펼치는 이유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공연예술의 미학적 표현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통해 예기치 못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예술을 매개로 멈춰있는 공간을 재조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써니Plant는 예술제를 통해 지역민과 함께 협업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문화적 감성이 지역의 생기로 전환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획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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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진안댄스미디어 공연 예술제/사진=써니Plant

써니Plant가 기획하는 유휴공간을 활용한 예술제는 2021년 국비를 지원받으면서 ‘진안댄스미디어공연예술제’로 명칭을 변경하여 올해 제8회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10월로 예정된 예술제는 용담호를 배경으로 자리 잡은 유휴공간인 용담호미술관(수천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이 공간은 세 번째 예술제가 열리는 장소로서, 용담호가 가진 자연환경 속에서 지금은 유휴공간이지만 지역재생의 거점 공간으로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만들기 위함이다. 올해 예술제 주제는 ‘오래된 것에 대한 기억’으로 삼고 복합장르의 실험무대가 될 예정이다. 참여 작가는 무용가, 배우, 음악가, 미디어아티스트 등 춤과 영상미디어로 연결하는 장르가 다양하다. 특히, ‘2023 숏폼 콘테스트’수상자와 춤을 사랑하는 진안군민으로 구성된 ‘춤단 서포터즈’와 지역의 신진청년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할 예정이어서 지역민이 함께 만드는 예술제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앞으로 써니Plant는 “진안에서의 10년은 타인을 위한, 지역주민을 위한  시간이었다면, 이를 기반으로 진안에서의 삶을 작품화하여 무대에 올리는 것에 집중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유휴공간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일은 쉽지 않다. 예술을 매개로 멈춰있는 공간을 재조명하여 공간과 사람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힘은 지역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핵심이 된다. 이러한 문화적 힘은 지역사회에 사람을 모이게 하고 활기를 불어넣어줌으로써 지역소멸위기에서 벗어나는 첫 발이 될 것이다. 

구혜경
구혜경 전북문화관광재단 기획정책팀장

구혜경 (전북문화관광재단 기획정책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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