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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죽이기, 새만금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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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먹기 싫은 음식은 꾹 참고 먹을 수가 있는데, 꼴보기 싫은 사람을 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평소 자신을 이유없이 미워한 사람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법인데 하물며 자기를 죽이려 했던 자를 용서하는 것은 거의 세인트(Saint 성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아들은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 불구자로 지내야하는 악행을 했던 전두환을 용서한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대표적인 사례다. 내년이면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 되는데 이를 기념해 지난 1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삶의 궤적이 유사한 세 지도자(김대중, 브란트, 만델라)를 조명하는 행사인데 이들의 삶을 관통하는 대표적 메시지는 통합이다. 평생 숱한 고난이 있었지만 훗날 대통령이 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DJ는 한마디로 김대중 죽이기를 이겨낸 인동초였다. 1995년 2월 강준만 당시 전북대 교수가 펴낸 책 한권이 정치권은 물론, 한국사회를 강타했다. 도서출판 개마고원에서 펴낸 ‘김대중 죽이기’ 였다. 발간 당시 한권에 6500원이던 이 책은 숱한 화제를 뿌렸다. 모두가 알면서도 꺼려했던 지역감정의 뇌관을 정면으로 건드린 때문이다. “만일 광주항쟁이 대구나 부산에서 일어났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식으로 말이다. 김대중을 대통령병 환자로, 좌익용공분자로 프레임을 씌운 것 등이 거론했다.  ‘호남 차별’을 지역감정이란 말로 뭉뚱그리는 정치적 효과를 분석했다. 그런데 언젠가 정주영이 이런 말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남쪽 반만 통치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그 반쪽을 다시 동서로 나누어 통치했으며, 전두환 대통령은 그중 동쪽을 다시 경남북으로 나누어 경북만 통치했고, 노태우 대통령은 마침내 경북마저도 대구와 경북으로 갈라놓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적으로 동의하긴 어려워도 딱히 틀린것만도 아니다. 요즘 전북지역에서는 온통 새만금죽이기 논란이 화두다. 수십년전 정치권에 나돌던 내부식민지론을 들먹이는 이들도 있다. “한국은 경상도 재벌자본주의가 전라·충청·경기·강원·제주를 내부식민지로 삼아 지배하는 나라”라는 말도 안될 것 같은 해괴한 논리가 다시 거론된다. 낡은 이론, 편협한 정치적 선전문구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내부식민지론, 지역등권론이 거론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힘 약한 전북 하나를 제물삼는 듯한 일련의 정책기조 때문이다. 새만금 사업은 전면 부정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재부는 내년도 새만금 예산 사업을 무려 78%나 삭감했는데 단순히 사업 예산 칼질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 34년간 정파를 넘어서 국책 사업으로 일관되게 추진해온 새만금 개발을 일거에 부정하면서 180만 도민의 자존심이 뭉개졌다는 자괴감이 만연하고 있다. 오래전 잊혀진 듯 했던 김대중죽이기 현상이 수십년만에 이제 새만금죽이기로 다시 나타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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