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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만경마을에 새로운 문화를 짓는 사람들

(유)굿만경은 지역을 브랜드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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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만경제재소에서 열린 공연 /사진제공=굿만경

문화는 총체적인 의미로서 사회구성원이 만들어내는 행동양식 전체를 아우른다. 인간의 삶은 문화를 통해 자연 상태의 날 것이 아닌 풍요로움을 만들어내고 편리함을 추구하며 아름답게 만들어간다. 그동안 문화는 모든 분야의 핵심요소로 작용하여 물리적인 결합뿐만이 아니라 화학적 반응으로 새로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는 전략으로서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일명, ‘산업의 문화화’를 표방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였다. 산업의 문화화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같은 기존 산업기반에 문화예술의 창조성을 개입시킨 것이다. 이렇듯 문화는 비창조적인 분야에 새로움을 창조하는 동력을 만들어내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문화는 동력으로서의 역할뿐만이 아니라 문화 자체로서 가시적인 영역을 만들어내는 고유한 힘의 역할이 필요하다. 

최근 문화로 발현되는 여러 형태는 대다수의 국가에서 겪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대응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빈곤, 경제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환경 위기 등의 사회문제는 우리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뿐만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사회구성원이 해소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를 완화하고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문화 또는 문화예술과 삶을 결합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현대인의 삶에서 워라밸, 웰빙 등을 추구하는 것은 문화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제는 ‘문화의 산업화’가 요구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지역을 브랜드 상품으로 산업화한다는 것은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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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참여 문화모일장 행사 /사진제공=굿만경

김제시 만경읍의 만경제재소(대표 유성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활동을 펼치는 (유)굿만경(대표 김진희)은 지역 자체를 브랜드 상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굿만경은 만경지역에 거점을 두고 주민들과 함께 새로운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문화모일장’ 프로젝트는 2018년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오일장 형태로 문화가 상품이 되는 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구상을 하게 된 계기는 단발성으로 여는 행사가 아닌 만경지역을 주기적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문화모일장은 2대째 운영되고 있는 만경제재소 마당에서 대부분 열리고, 때로는 마을길까지 확장하여 지역공동체가 함께 하는 행사로 이루어진다. 굿만경이 지역사회에서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문화가 곧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굿만경의 핵심주체로서 마을의 농부들은 문화모일장에서 지역농산물로 만든 음식과 다도체험, 압화체험, 그리고 만경제재소에서 목공체험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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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 음식체험 (굿만경 사진제공)

 

(유)굿만경의 김진희 대표는 소프라노 성악가로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한 예술가이다. 그는 남편의 고향인 만경으로 귀농하면서 “만경의 순수한 마을 환경이 좋아 지금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주변의 농부들과 한 걸음 한 걸음 지역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성악가로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사업은‘굿만경 농부합창단’으로 문화모일장의 피날레 공연을 장식하는 주민 공연단 활동이다. 농부합창단은 2013년에 김제평야의 농민들이 설립한 것을 전신으로 2021년 전북농촌지원센터 지원사업으로 김진희 대표가 지휘자로 선임되고 최원단장이 함께하면서 명실공히 전문성을 가진 합창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농부합창단은 2018년에 이미 이탈리아 문화축제에 참여하여 한복을 비롯해 한식, 전통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했고, 2019년에는 전국독도합창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이력도 갖고 있다. 최근에는 타 지역의 축제에 초청받아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그만큼 합창단의 전문성이 인정받은 셈이다. 합창단의 단원은 농가 대표 16명이 함께한다. 이들은 만경지역의 농부들로서 40대~60대의 중장년들이다. 그래서 낮에는 농업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저녁에는 노래로 피로를 풀면서 합창으로 삶을 즐기고 있다. 즉, 농업과 음악으로 워라밸을 추구하는 ‘주경야음(晝耕夜音)’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경마을은 합창단원들이 음악활동을 통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공연을 보는 주민들은 향유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만경마을이 문화로 풍성하게 된 것은 만경제재소의 힘이 크다. 이곳은 지역의 문화공간이면서 사랑방 역할을 하는 지역공동체의 중심에 있다. 여기에 문화활동이 결합되어 굿만경이 지향하는 지역 브랜드화가 시작되고 있는 곳이다. 제재소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한 쪽에 놓인 그랜드피아노의 낯선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지겠지만 제재소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이제 주민들에게 익숙해져 있다. 또한 주민들은 목공체험을 하면서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성취감을 맛볼 수도 있다. 

이처럼 지역을 브랜드화하는 것은 내부에서 먼저 시작된다. 이미 만경마을은 사람-공간-문화콘텐츠가 어우러져 있어 지역브랜드화를 위한 준비는 갖춰져 있다. 만경마을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요소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거점공간인 제재소의 공간적 매력도 한 몫 한다. 제재소는 생업을 위한 공간이지만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 또 다른 하나는 지역민이 주체로서 움직일 마음이 모였다는 것이다. 굿만경은 농부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활동과 체험을 진행하고 있고, 지역민은 문화활동에 참여하면서 문화적 힘을 발산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문화모일장을 비롯해 농부합창단 까지 만경마을의 독특한 문화콘텐츠가 된다. 이러한 콘텐츠는 굿만경의 주요 활동이면서 사람과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지역문화를 공유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굿만경은 지역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쉬지 않고 있다. 앞으로 만경마을에 어떤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게 될지 굿만경의 활동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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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경 전문문화관광재단 기획정책팀장

구혜경 전북문화관광재단 기획정책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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